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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벽화에 그려진 페르시아 신화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4월 04일(화)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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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의 옛 수도인 중국 길림성 집안현에 있는 장천1호분 앞방 오른 벽에는 전체 벽면을 백희기악도百戱伎樂圖와 사냥장면으로 채워져 있는데, 중앙 상단에는 열매가 달린 커다란 나무가 자리 잡고 있고 나무 좌우에 귀족 복장의 두 남자가 앉아 있다. 또한 나무 왼쪽에는 양산을 든 남자 시종과 흰 수건을 팔에 걸친 여인이 그려져 있으며, 오른쪽에는 곡예에 열중하는 재주꾼들이 묘사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 사이의 빈 공간은 크고 작은 연봉오리와 연꽃으로 채워져 있다. 오늘날의 마술과 서커스에 해당되는 백희百戱는 원래 페르시아 지역에서 유래된 것으로 마술을 의미하는 영단어 magic은 조로아스터교의 사제인 magus의 복수형인 magi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예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을 들고 찾아갔던 세 명의 동방박사들의 정체가 바로 마기였다. 장천 1호분 벽화 중앙 상단에 그려진 나무를 중심으로 그 주변의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나무에서 여러 개의 열매가 떨어지고 있고, 나무를 향해 봉황과 같은 새 한 마리가 날아오고 있으며, 나무 밑에는 작은 새 한 마리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그림에 대해 어느 학자는 그림에 등장하는 커다란 자색 나무와 나무를 향해 날아오는 커다란 새, 그리고 나무 밑에 앉은 무덤 주인과 한 세트를 이루어서 이 그림이 서아시아와 인도에서 믿어지던 '생명의 나무Tree of Life'의 이미지를 강하게 풍긴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그림에서 나무를 향해 날아오는 새는 사실상 페르시아 신화와 문학에서 등장하는 신화적인 새로서, 초기에는 사에나Saena(매)로 불리다가 후대에는 시남루Sinamru 또는 시무르그Simurgh라고 불리던 페르시아 사산 왕조의 상징물이다. 조로아스터교에 의하면 '물이 모이는 지점'을 의미하는 Vourukasha라는 '천상의 바다Heavenly Sea' 한가운데에는 두 그루의 나무가 있는데, 하나는 사에나 나무이고 다른 하나는 흰색 홈Hom 혹은 흰색 하오마Haoma 나무이다. 사에나 나무는 또한 '모든 치유의 나무Tree of All Remedies' 또는 '모든 씨앗의 나무Tree of All Seeds'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 나무는 전설의 새인 사에나의 둥지이다. 그리고 사에나는 날개로 바람을 일으켜 모든 씨앗들을 자라게 한다고 전해진다. 즉, 사에나의 휴식 장소는 Jad-besh 또는 '독수리의 나무Tree of the Eagle'인데, 이 나무는 모든 씨앗들의 전달자이다. 신화에 의하면 시무르그가 나무를 떠나 비행할 때 천 개의 나뭇가지가 나무에서 돋아나며, 돌아와서 나무 위에 앉을 때에는 돋아난 천 개의 나뭇가지들을 날갯짓에 의해 부러뜨리게 되는데, 이때 나뭇가지들로부터 씨앗들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러면 항상 그 주변에 앉아 있던 Chanmrosh라는 새가 나무를 지켜보고 있다가 '모든 씨앗의 나무'로부터 떨어지는 씨앗들을 모아서 분수로 나르는데, 이 분수는 생명을 전달하는 비와 다산과 관련이 있는 조로아스터교의 선신인 티쉬타르Tishtar가 물을 받는 곳이다. 그리고 티쉬타르는 물과 함께 모든 종류의 씨앗들을 모아서 비와 함께 온 세상위에 내려준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한 그루인 Hom(또는 Haoma)나무는 불멸의 음료의 원료로서 '생명의 나무Tree of Life'에 해당하며, 이 나무는 두 명의 물고기 인간(kar-fish)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따라서 장천 1호분 벽화에 등장하는 나무를 '생명의 나무'로 파악하는 것은 틀린 주장인데, 그것은 시무르그 새의 서식 장소인 '모든 씨앗의 나무'와 '생명의 나무'는 엄연히 별개의 나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벽화에서 '모든 씨앗의 나무' 주변에 그려진 연꽃이야 말로 이슈타르 여신의 상징이자 '생명의 나무'인데, 이것은 연꽃이 저녁에는 꽃봉오리를 닫고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아침이면 다시 수면위로 봉오리를 펼치는 재생rebirth의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준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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