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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릉의 비밀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7년 02월 14일(화) 15:50
↑↑ 이준한
ⓒ 경북연합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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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정동 방형분 모서리 기둥-폴로 채를 든 서역인
ⓒ 경북연합일보

   경주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울산으로 가다보면 외동읍 괘릉리의 도로 왼쪽에 괘릉掛陵이 위치하고 있다. 이 무덤은 신라를 건국한 인물들의 정체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단서를 보여주는데, 먼저 무덤이 위치한 지형적 특징, 무덤을 지키고 있는 서역인 모습의 무인 석상, 그리고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는 사자 석상 등이 그것이다.
 괘릉은 '능을 걸다'라는 뜻인데, 조선시대 경주부에서 간행한 '동경잡기'에 의하면 "이곳에 왕릉을 조성하기 이전에 작은 연못이 있어서 그곳을 메우고 능을 마련했는데, 능의 내부 현실에 물이 고이기 때문에 바닥에 관을 놓지 못하고 허공에 걸어 놓았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죽은 자의 집인 음택의 기본 조건은 양지바르고 배수와 통풍이 잘되는 땅이었다. 그러므로 연못을 메워서 능을 마련했기 때문에 물이 나오는 장소에 묏자리를 썼다는 것은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러면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 그것은 아마도 괘릉 주위를 둘러싸고 동천東川이 흐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의 괘릉 앞 동천은 가장 넓은 곳의 폭이 채 10미터도 안 될 정도로 좁은 개울에 불과하지만, 2천여 년 전에는 그 폭이 훨씬 넓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경주에 반월성을 끼고 있는 남천과 형산강의 큰 지류인 서천, 그리고 보문호에서 내려오는 북천이 있는 것은 알아도 동천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지금의 시청이 있는 동천동 옆의 하천이 東川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지만, 이곳은 사실 북천이며 조선시대 지리지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이곳을 "경주부 중심지의 동쪽 5리에 있다"고 한 이후에 계속 東川으로 기록된 것이다. 그런데 진짜 동천은 외동에서 발원하여 울산으로 흘러서 태화강과 합류한다. 그리고 동천이 괘릉을 둘러싸고 흐르는 것은 경주의 옛 왕도 중심지를 남천과 서천, 북천이 둘러싸고 흐르는 것과 같은 맥락인데, 이처럼 물길이 감싸고 도는 지형에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이 파지리크 계곡에 거주할 때부터 월지족의 특징이었다.
 두 번째로 서역인 모습의 무인 석상은 외형이나 복식으로 보아 전형적인 깊은 눈에 높은 코, 즉 심목고비형深目高鼻形의 아리안 계통인 월지족의 모습을 나타내는데, 이러한 심목고비형의 인물은 고구려 고분벽화의 씨름하는 장면에서도 등장한다. 그리고 무인 석상이 들고 있는 막대기는 마상격구를 할 때 사용하는, 끝이 숟가락 모양인 장시杖匙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것은 괘릉에서 4km도 떨어지지 않은 불국사역 근처의 구정동 방형분 모서리 기둥에도 역시 끝이 둥글게 굽어진 장시를 들고 있는 서역인이 새겨져 있어서 그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또한 페르시아의 장편 서사시인 '쿠쉬나메'에도 페르시아의 왕자가 신라에 와서 신라인과 폴로를 하고 공주와 결혼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폴로라는 게임 자체가 고대 페르시아에서 시작되었다. 이것이 티베트에 전파되어 공을 의미하는 티베트어인 pulu에서 Polo라는 이름이 생긴 것인데, 페르시아에서 기원한 폴로가 티베트에 전파된 과정은 조장鳥葬 풍습과 마찬가지로 서역에서 티베트족의 선조인 강족羌族과 소월지족이 같이 생활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최근 어느 연구자가 괘릉의 무인석상이 서역인이 아니라 금강역사상을 모델로 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는데, 이것은 사건의 인과관계를 잘못 파악했기 때문이다. 즉, 부처는 인도에서 태어났지만, 원래 아리안 계통이었다. 이것은 부처의 산스크리트 이름인 Sakyamuni에서도 알 수 있는데, Sakya는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활동하던 아리안 계통인 사카족을, muni는 성자聖者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아리안 계통인 석가모니(Sakyamuni의 음역)가 만든 불교의 금강역사 역시 아리안 계통의 인물을 묘사한 것일 텐데, 괘릉의 무인상은 금강역사상을 모델로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가 아리안 계통인 월지족 출신의 신라인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에서는 볼 수 없는 사자 석상이 괘릉에 있는 것은 당시 월지족들이 숭배하던 페르시아 아나히타(바빌로니아의 이슈타르) 여신의 신수神獸가 사자이기 때문이었다.
이준한 칼럼니스트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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