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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천국'과 '재미있는 지옥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11월 22일(화)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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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경북연합일보 | | 언젠가부터 젊은이를 사이에 '헬조선', '불지옥반도', '개한민국', '수저계급론(부모의 재산 정도에 따라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나누는 것)' 등의 자조 섞인 자기비하 내지 세태 풍자의 신조어들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특히 '헬조선(Hell朝鮮)'은 '지옥 같은 한국 사회'라는 뜻으로, 신분사회였던 조선시대처럼 자산이나 소득수준에 따라 신분이 고착화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함을 반영한 신조어다. 과학고 출신의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재학생으로 알려진 A씨(19)가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수저 색깔"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그는 자살 직전 자신의 SNS에 "학문을 하는 것은 '정신적 귀족'이 되는 것이란 표현에 제가 정신적 귀족이 된 느낌이었다. 수저 색깔을 논하는 이 세상에서 저는 '금(金)전두엽'을 가진 듯했다"며 "하지만 생존을 결정하는 것은 전두엽 색깔이 아닌 수저 색깔"이라고 썼다. 그가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었으므로 사망 원인이 복합적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 사건이 젊은 세대에 던지는 파장은 컸다. 이렇게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등의 신조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와중에 '최순실 게이트'가 터졌고, 딸인 정유라의 부정 입학과 각종 특혜에 대한 보도가 언론에 오르내리자 2,30대와 수능생들의 울분이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 그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하야 주장까지 터져 나온 것이다. 어찌 보면 박근혜 정부가 계급·신분 상승에 대한 '기회 균등과 공정한 룰'을 보장하는 데 실패했고, '경제 살리기'도 실패했기 때문에 이 '최순실 게이트'가 도화선이 되어 누적된 불만과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했다고 볼 수 있다. 과연 행복의 기준은 뭘까. 주요 행복지수별 순위가 높은 나라, 국민행복도가 높은 나라, 통계상 '국민 삶의 질 지표'가 높은 나라의 국민이면 모두 행복할까? 행복에도 나라 간, 지역 간, 개인 간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지루한 천국'과 '재미있는 지옥'이란 말이 있다. 이른바 '살기 좋은 나라'로 불리는 북유럽, 북미 등의 국가와 대한민국을 비교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한국은 지옥처럼 살기 힘들지만 재미있고, 살기 좋은 나라는 천국 같지만 지루하다는 것이다. 어차피 행복이 매우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심리상태라고 보면, 행복의 기준도 개인에 따라 다르므로 보편적인 기준은 있겠지만 엄밀하게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국민 여론과 언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박 대통령의 하야와 퇴진을 외치는 대규모 시민들의 촛불집회도 존중을 받으면서, 동시에 법치주의에 따른 합법적인 절차를 거친 후에 대통령의 책임문제가 거론돼야 한다며 즉각 사임을 반대하는 일각의 주장도 존중받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가 '재미있는 지옥'인지 말 그대로의 '지옥 같은 한국' 인지는 어차피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대한민국이 지구촌에서 가장 역동적인 나라이자, 자신의 뜻과 사상을 마음껏 피력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라는 것이다. 정현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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