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정현걸 논설위원 소설가 | | ⓒ 경북연합일보 | |
해마다 한글날이 다가오면, 언론은 으레 '한글의 우수성과, 한글 오남용의 심각성'에 대한 기사를 우르르 쏟아내곤 한다. 올해는 국정감사에서 이슈가 워낙 많아서인지 한글날 특집 기사는 대체로 적은 편이었고, 그나마 '우리말 변형의 심각성, 신조어에 비친 한국사회'를 주제로 한 몇몇 기사가 도드라져 보였다. 우리말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많았지만, 요즘 들어 우리말 변형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언어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방송·언론에서 이런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방송인들이 인터넷에서 회자되는 유행어를 분별없이 차용하거나 확대재생산함으로써 우리말 변형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주 시청자인 예능프로그램의 진행자나 인기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줄임말·외래어·신조어·변형어를 남용하게 되면 청소년들은 자기도 모르게 잘못된 언어문화에 물들어 버린다.
한글날 기사에 인용된, 명색이 글쟁이인 필자조차도 무슨 뜻인지 몰라 부끄러우면서도 한편으로 몹시 화가 치민, 방송진행자의 인사말과 방송가 유행어를 소개한다. "요즘 '라스' 재밌다는 말이 많은데 라스 보다가 저한테 그렇게들 빠지시더라고요. '입덕'을 부르는 입덕 유발자 윤종신입니다"(굳이 풀이하자면, '입덕 유발자'란 시청자들을 '라디오스타'에 열광하는 팬으로 만드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방송가와 인터넷의 유행어인 '츤데레'는 새침하고 퉁명스러운 모습을 나타내는 일본어 의태어인 '츤츤'과 달라붙는 모습을 나타내는 '데레데레'의 합성어로 '겉으로는 쌀쌀맞아 보이지만 속정이 깊은 사람'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런 말들은 유추도, 짐작도 할 수 없어 의사소통 자체가 안 되는 변형어이다. 그런데 문제는 위의 두 사례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 방송가와 연예계에 비근한 예라는 것에서 심각성이 있다.
물론 시청률이 중요시되는 방송에서 시청자들의 현실 언어생활과 정서를 무시한 채, 급격한 사회 변화를 외면한 채 표준말과 맞춤법을 우선시해서도 안 되겠지만, 어디까지나 방송에서의 유행어나 신조어의 사용은 제한적이어야 하고 대다수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는 범위여야 한다. 더구나 인터넷과 모바일 기기에서 일어나는 우리말 변형은 방송에서보다 훨씬 더 광범위하고 변화무쌍할 뿐만 아니라, 그 폐해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도를 넘는 비속어와 은어 사용, 무절제한 신조어 남발은 서로를 불쾌하게 만들 뿐 아니라, 한참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인터넷이나 SNS 상에서의 비정상적인 언어 습관에 익숙해지다 보면 정작 정상적인 글을 써야 할 때 난감한 처지에 빠지게 마련이다. 진학이나 취업 때 자기소개서조차 제대로 못 써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줘야 하는 '대필'에 의존하게 되고, 기안서나 보고서를 엉망으로 만들어 상사에게 혼쭐이 나는 상황까지 맞닥뜨리게 되는 것이다. 우리말의 무분별한 오남용을 최대한 줄이는 올바른 언어습관을 가져야 올바른 글을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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