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정현걸 논설위원 소설가 | | ⓒ 경북연합일보 | |
'9·12 지진'의 여진이 450회 이상 발생하고 있지만, 점차 횟수도 줄어들고 있고 미소지진이 대부분이어서 강도도 현격히 약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안을 느끼는 국민들이 많다. 특히 진원지인 경주 내남면 주민들을 위시한 경주시민들은 지진 피해보다는 스트레스와 지진트라우마(정신적 외상)로 고통받고 있다. 가슴이 뛰고 잠을 설치는가 하면,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주민들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주민들의 이러한 불안과 고통을 부추긴 것은 지진이 아니라 방재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정부와 지자체, 과장보도를 일삼은 언론매체, 설익은 주장을 펼치는 지질전문가 등이었다. 더구나 몰지각한 사람들이 '지진 불안'을 악용하여 인터넷과 SNS 상에 터무니없는 지진괴담과 원전괴담을 퍼뜨려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더더구나 일부 종편 채널은 호들갑스러울 정도로 연일 '지진, 원전, 활성단층대' 관련 보도를 양산했고, 지질전문가들도 가세하여 정제되지 않은 논리를 마구 펴며 과도한 불안을 안겨줬다. 심지어 어떤 전문가는 사실을 침소봉대하거나 견강부회하여 공포심을 조장하기까지 했다.
정치인과 국가 지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연이어 재해 현장에 나타는 바람에 피해 복구와 민생 안정에 전념해야 할 공무원들로 하여금 의전과 예우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하고 황금 같은 시간을 뺐었다. 모 당 대표와 그 일행은 월성원전 안에 도착했음에도 버스 안에서 죽치며 나오지 않아 한수원 관계자들을 애타게 했다. 보도진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눈도장을 찍고 언론에 기사화되려는 이런 게 바로 이기적인 행태의 전형이다. 그리고 어떤 무리들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하려는 생각보다는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을 대변하고 평소의 신념을 전파하는 데 재난 상황을 이용하고 있다. 경주는 이렇게 지진보다 더 무서운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사망자가 한 명도 없고 건물이나 교량의 붕괴가 없었음에도 '재난도시, 지진도시'라는 낙인이 찍히면서 지역경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우리가 걸핏하면 예로 드는 '후쿠시마원전 사고'도 따지고 보면, 규모 9.0의 초대형 지진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이 빚은 재앙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원자로들이 자동정지된 것 자체는 대지진과 대형 쓰나미 때문이지만, '동시 다발 노심용융'이라는 대재앙으로 악화된 것은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원자로에 냉각시스템이 멈춘 직후, 원전 폐기를 감수하고 바닷물을 조기에 투입했더라면 사태가 악화되지 않았을 텐데 사기업인 도쿄전력의 경영진은 건설비용이 한화 약 5조 원가량인 원전의 폐쇄를 결단하지 못하고 망설였다. 실제로 도쿄전력은 사고 발생 31시간 이후에야 해수 투입을 결정했다. 집단의 이기심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9·12 지진'이 주는 교훈을 바탕으로 어떠한 재난상황에서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방재시스템 구축, 철저한 대응 매뉴얼 개발과 교육, 신속한 재난정보전달 체계 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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