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현경숙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국민의 안보 불안이 최고조에 달했다. 5차 핵실험은 과거 4차례의 핵실험과 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띤다. 이번 핵실험으로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다. 핵탄두 소형화, 규격화, 표준화가 가능해지고 스커드 1과 2, 노동, 대포동,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6종 미사일'을 개발함으로써 핵무기 운반체까지 완비하게 됐다. 이 때문에 한국의 핵무장론, 미군 전술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 주장이 거세다. 남한의 핵무기 보유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야 하는데, 핵무기 확산에 반대하는 국제사회와 미국이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핵무기를 가지려면 보복을 감수해야 하나, 경제의 90%가량을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가 선택할 방안이 아니다. 한국 안보의 요체인 한미 동맹의 불안을 가져올 수도 있다. 전력 생산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을 위한 핵연료 구매도 어려워진다. 한국군이 핵무기를 운용하려면 전시작전통제권 확보가 전제돼야 하므로 미국과 이를 다시 협의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1992년 철수한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다시 들여오자는 전술핵 재배치론은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어긋나고 미국의 반대를 고려할 때 실현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어려움을 뚫고 우리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전술핵을 배치하면 북한 핵무기에 대한 억지, 이른바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을까. 근자의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배치 논란을 보면 우리가 핵무기를 가져도 북한 핵에 대한 억지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 북한의 최고 생존 무기는 '막가파'식 '벼랑 끝 전술'이다. 북한 당국은 김정은을 정점으로 한 지배체제 외에는 지킬 것도, 잃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기 이전부터 남한은 이미 북한의 핵 공격에 노출돼 있었다고 봐야 한다. 남한이 보유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현재 24기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았더라도 원전을 미사일로 공격하면 핵폭탄 공격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래서 북한 핵실험, 핵폭탄·미사일 개발로 새롭게 위협을 받는 나라는 남한이 아니라 일본과 미국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북한의 5차 핵실험 후 전개되고 있는 남한의 대응이나 논의를 보면 실효성은 없고, 발언 수위만 높아졌다. '말 폭탄'뿐이다. 말 폭탄은 화풀이나 감정 배출에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핵위기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
북풍이 세게 불 때는 일선을 지키는 장병과 휴전선 일대 국민이 목숨을 잃거나 재산 피해를 보는 일이 적지 않았다. 북한 핵실험으로 조성된 긴장이 그러한 국지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남한은 전면전을 불사할 듯한 분위기로 쏠리고 있다. 남북을 공멸로 몰아넣을 전면전 가능성은 크지 않겠지만, 우리 장병과 국민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작은 국지전도 발생하지 않도록 냉정하고 철저하게 대비하고 위기 관리를 해야한다. 외적에 맞서기 위한 것도 아니고 같은 민족끼리 싸워 목숨을 잃는다면 그것만큼 안타까운 일이 또 있겠나. 이미 우리는 동족상잔의 큰 아픔을 겪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도자들의 냉정하고 철저한 위기관리를 위해서는 먼저 국민의 판단이 이성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성숙한 국민 앞에 '안보 장사' '안보 포퓰리즘'이라는 말은 나올 수 없다. 정치권의 행보도 결국 국민의 눈높이에 따라 결정된다. 우리 당대가 잘 살고 후손이 번영하려면 핵전쟁이든, 국지전이든 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전쟁에 나가지도 않을 이들이 먼저 전쟁을 얘기한다. 작은 전쟁이라도 터지면 죽고 다치는 것은 일선의 우리 아들들이고 이웃이다. 국지전에 의해 '코리아 리스크'가 현실화한다면 가뜩이나 빈사 상태의 경제가 타격을 받고, 이로 인해 가장 고통받는 이들은 가난한 서민들이다.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 부자들은 이민이라도 갈 수 있지만, 병약한 노부모와 가난한 형제들이 줄줄이 딸린 보통 사람들은 갈 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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