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최재석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북한이 중대한 핵과 미사일 도발을 하면 미국에서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이 나오곤 한다. 이번 북한의 5차 핵실험 후에도 다시 이런 주장이 불거졌다. 이 이야기를 꺼낸 당사자는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초대 합참의장을 지낸 마이크 멀린이다. 그는 이달 16일(현지시간) 미국 외교협회(CFR)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만약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에 아주 근접하고 미국을 위협한다면 자위적 측면에서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토론회는 외교·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외교협회가 멀린 전 의장과 샘 넌 전 상원 군사위원장 등 외교안보전문가 17명으로 구성한 대북정책태스크포스의 보고서 발간을 알리는 자리였다. 보고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인 '전략적 인내'가 실패했다면서 차기 정부에 미국과 중국의 협력, 북한에 대한 정치·군사적 압박 강화를 주문했다. 특히 북한이 협상을 거부하고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계속 발전시켜 미국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북한 정권의 존립을 직접 위협하는 군사적, 정치적 행동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멀린 전 의장은 이 보고서에 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이라는 용어를 썼다. 외교협회 사이트에 공개된 토론회 영상과 스크립트를 보면 그는 작심하고 선제타격을 언급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북한 위협에 대한 미국 자체의 방어력 신장에 초점을 맞췄고, 이론적으로는 방어력에 미사일 요격뿐 아니라 발사전(前) 미사일 제거 능력도 포함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멀린 전 의장이 언급한 내용은 엄밀한 의미에서 '선제타격'이 아니고 '예방타격(preventive strike)'으로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선제타격은 북한의 핵 공격 징후가 있을 때 미리 공격해 핵 공격 능력을 제거하는 개념이다. 이스라엘군이 1981년 6월 7일 감행한 이라크 오시락 원자로 폭격은 항공력을 이용한 가장 완벽한 기습작전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그해 7월 원자로가 가동될 것으로 알려지자, 그 이전에 군사적 공격을 결행한 것이다. 원자로가 가동된 후에 폭격할 경우 방사능 오염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또 2007년 9월 6일에는 시리아의 핵시설로 의심되는 건물을 폭격했다. 이스라엘은 인접 아랍국가들이 핵을 보유하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판단, 그런 기미만 있으면 즉각 군사행동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완공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영변 원자로를 파괴하는 것은 차원이 완전히 다른 문제다. 1999년 국방연구원의 비밀 분석에 따르면 영변 원자로를 모두 파괴할 경우 영변 핵시설 내 30∼80㎞ 지역의 사람들은 20% 정도만 생존할 수 있고, 400∼1천400㎞ 떨어진 지역도 방사능 오염 피해를 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조선일보 9월 19일자)고 한다. 북한 핵시설에 대한 예방적 타격은 이미 시기를 놓친 측면도 있다. 작년 12월 나온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의 회고록 '핵 벼랑에서의 나의 여정'에는 1994년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영변 핵시설에 미국이 폭격을 검토했던 내용이 나온다. 당시 페리 장관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거부하자 군부에 영변 핵 시설에 '외과수술식 공습(surgical strike)' 계획 입안을 지시했다. 재처리 시설 정밀타격은 방사성 물질을 유출하지 않을 것이고, 크루즈 미사일로 원거리에서 공격하면 미군 피해도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군 기지를 포함한 남한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제기됐다. 결국 공습 계획은 논의테이블에 오르긴 했으나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고되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후 페리 전 장관은 "군사공격으로 북한 핵 능력을 제거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북한의 핵 시설이 한곳에 모여 있던 그때만 해도 한 번의 정밀타격으로 핵시설을 모두 파괴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비밀 핵 시설이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는 데다 핵무기 운반수단이 발전해 이곳저곳 신속한 이동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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