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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세계공용어는 아이의 울음소리"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9월 20일(화) 13:08
↑↑ 이희용 연합뉴스 기자
ⓒ 경북연합일보

1918년 11월 제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자 패전국(동맹국)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지의 거리는 굶주리는 아이들로 넘쳐났다. 전쟁의 포화가 부모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농지를 초토화한 탓도 있지만, 영국을 비롯한 승전국(연합국)들이 동맹국들에 물자가 들어가지 못하게 가혹한 봉쇄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이듬해인 1919년 4월, 영국 런던의 트래펄가광장에서 교사 출신의 중년 여성 에글랜타인 젭(1876∼1928)이 전단을 돌리다가 체포됐다. 전단에는 극심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2살 반짜리 오스트리아 아이의 사진과 함께 "영국이 아이들을 굶겨 죽이고 있다"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젭은 적국을 이롭게 한다는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국적이나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아이들을 도와야 한다"는 법정에서의 호소가 재판부의 마음을 움직여 5파운드(약 7천300원)라는 상징적인 벌금만 부과받고 풀려났다.
 젭은 연합국들이 봉쇄정책을 철회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직접 기금을 모아 돕기로 결심했다. 재판이 끝나고 며칠 뒤인 5월 19일 런던의 로열 앨버트홀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 펀드'(Save the Children Fund) 창립 모임이 열렸다. 

 젭은 창립 모임에서 거둔 돈으로 기부금 모금 광고를 내 12만 파운드(약 1억7천500만 원)의 기금을 모았다. 역사상 최초의 기부금 광고 캠페인이었다. 1920년 1월 6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 세이브더칠드런 펀드 연합'(Save the Children Fund International Union)을 출범시키고 본격적인 구호 활동에 나섰다.
 젭은 1923년 '아동은 정상적인 발달을 위해 필요한 물질적·도덕적·정서적 지원을 받아야 한다' 등 5개항으로 된 아동권리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는 이듬해 국제연맹 총회에서 '아동 권리에 관한 제네바 선언'이란 이름으로 채택된 데 이어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모태가 됐다.
 젭은 1928년 52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가 만든 세이브더칠드런은 29개 회원국, 7개 지역사무소와 80여 개 국가사무소를 거느리고 약 120개 국가에서 활동하는 세계 굴지의 국제구호개발 NGO로 성장했으며, 유니세프·월드비전·컴패션·국제기아대책기구 등 다른 아동구호 단체들의 롤모델이 됐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한국전쟁이 끝나던 1953년 영국·미국·캐나다·스웨덴 4개 세이브더칠드런 회원국이 힘을 합쳐 세웠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2015년 한 해 동안 324명의 국내 저소득가정·이주·난민 아동에게 검사비와 치료비를 지원하는가 하면 그리스에 도착한 시리아 난민 가운데 15만8천960명에게 식량을 제공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와 함께 10월 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 평화잔디광장에서 '2016 국제 어린이 마라톤'을 개최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린이들에게 빈곤국 아동들의 실상을 알려주고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게 하자는 취지에서 2011년부터 해마다 전 세계에서 어린이 마라톤 행사를 동시에 펼치고 있다. 올해는 10월 2일 전북 군산의 은파호수공원에서도 열린다.
 '달리는 것만으로도 남을 도울 수 있습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참가자들은 4.2195㎞의 미니 코스를 뛰게 된다. 1㎞ 구간마다 체험 존을 마련해 말라리아, 저체온증, 영양실조, 식수 부족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본 행사 전후에도 여러 부스에서 '질병을 이겨라' 줄다리기, 염소 브로치 만들기, 종이접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세기 전 독일과 오스트리아 아이들이 주린 배를 움켜쥐고 쓰러질 때 영국의 중년 여성을 따라 서유럽의 많은 독지가가 지갑을 열었고, 60여 년 전 한국의 고아들이 거리에서 먹을 것을 구걸할 때 서방 선진국의 구호단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가을 하늘이 더없이 높을 내달 1일에는 기아와 질병에 신음하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한번 달려보는 것이 어떨까. 한국은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하면서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탈바꿈한 세계 유일의 국가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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