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선석열 논설위원 문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9월 12일 저녁 두 차례의 지진이 한반도 동남부에서 발생하였다. 이는 저번 7월 5일에 발생한 지진보다 강한 것이었다. 2달 전에 발생한 울산 동쪽 바다 지진의 경우 진도 5.0이었는데, 이 또한 놀랄 정도였다. 이번 지진은 2차에 걸쳐 크게 나타났는데, 1차는 오후 7시 44분경에 진도 5.1의 강도로 일어났다가 2차는 8시 33분경에 진도 5.8의 강도로 증폭되었다. 그 전후로 여진이 계속되어 서울에서도 진도 2가량으로 나타났고, 일부 서울 사람조차 지진을 느꼈다고 지인들이 카톡으로 전했다. 필자는 부산 수영강변(동래단층)의 16층 아파트에서도 심한 충격을 받았는데, 부산은 진도 5.0 정도였다. 1차에서는 앉아있던 소파와 선풍기가 끄떡끄떡 흔들려서 현기증과 함께 약간의 공포감이 몰려왔다.
약 50분이 지나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진동이 충격으로 다가왔다. 2차 때에는 큰 선풍기가 바람에 요통치는 풍선처럼 흔들렸으며, 그 진동은 옆으로 서너번 흔들리다가 마치 사람을 질질 끌고갔다가 제자리로 돌려놓듯이 심하게 흔들렸다. 가족들이 필자에게 매달린 여파인지 한참 뒤에 허리에 통증이 생겨 사흘 동안 지속되었다. 이 정도라면 그 전에 발생한 지진과는 질적으로 다르며, 앞으로 점차 위험 수위에 이를 수 있다고 우려되는 것이다. 진원지인 경주시 남서쪽의 내남면이었다고 하지만, 여진이 3백여 차례나 일어난 경주지역의 경우는 시민들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당했다. 부산에서도 지진의 충격으로 날밤을 세웠는데, 경주시민은 오죽했으랴. 왜냐하면 문화의 고도(古都)인 경주는 그 보존을 위한 제약이 많아 시민의 삶의 질이 정체되어 있다. 즉 문제는 내진시설이 약한 개인주택에 사는 시민들이었다. 알량한 시멘트 블록은 깨어지거나 담장이 무너지고 기왓장이 날리고 부서질 정도였다. 그 외에도 가벼운 철골구조물의 가건물들은 쇼윈도나 대형 유리문이 박살이 났다.
야간자율학습을 하거나 운동을 하던 학생 및 시민이 대피소동을 벌일 정도로 그 충격은 여태까지의 사태에 비해서도 매우 컸다. 심지어 조상을 모시고 가족 친지가 어울리는 추석 연휴에도 여진으로 피해가 늘어나 여전히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TV에서는 7분 후에야 자막으로 소개하고 더 이상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태연하고 소극적인 보도였으며, 현지로부터의 소식에 대한 정보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오락프로와 연속극이 계속 방영되고 있었다. 또한 전문가들의 진단에서도 과거의 예측을 그대로 지키는 데에만 집착하듯이 앞으로 진도 6.0 이상의 지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번 경주지진에 대해 고향으로 귀향한 시민들은 필자에게 '스릴 있었겠네요'라고 말하는 걸 듣고 그 당시의 상황과 감정을 얘기했더니 민망한 표정으로만 화답하였다. 우리 한국인은 여전히 안전불감증을 앓고 있음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이 국민안전처는 다음날에 와서야 피해복구와 지원만을 언급할 뿐이었다. 사태가 터지면 정부는 항상 피해복구나 보상만을 운운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진이 계속되자 당황한 정부는 9월 19일 아침에야 '경주 특별재난구역'으로 선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보도되고 있는 등 여전히 늑장 대응만 하고 있다. 이에 네티즌들의 비난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특히 경주는 1조원에 가까운 문화예산을 쓰고 있는데, 지진에 대비하는 인간 중심적 문화예산 집행도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문화재 보존에 주력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제약을 받아온 경주시민들은 생활의 질적 향상이 보장되거나 지원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경주시민의 문화적 자존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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