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이병로 연합뉴스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하늘에는 드론이 날아다닌 지 꽤 됐고, 땅 위 도로에서는 자율주행차가 시험주행을 거듭하고 있다. 이제 남은 공간은? 두말할 것도 없이 물이다. 오대양 곳곳을 무인 조종 장비로 움직이는 각종 선박이 누비는 모습이 현실 세계에서 일상이 될 수 있을까. 며칠 전 신문을 뒤적이다 눈에 띄는 기사를 발견했다. 최근 선박 설계회사와 해운회사, 규제 당국이 힘을 합쳐 화물선에 선원을 전혀 태우지 않거나, 최소한의 인원만 실어 대양을 운항토록 하는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였는데 자동화의 발전과 광대역 통신에 힘입어 이런 시도가 가능해졌다는 이야기였다. 아마도 증기 화물선을 디젤엔진이 대체한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붙여졌다. '고급 자동화 선박수송 응용 구상'으로 알려진 이 계획은 영국의 엔진제조업체인 롤스 로이스가 주도하고 관련 기업들과 대학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이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기본적인 개념은 적외선 탐지장치와 고해상도 카메라, 레이저 탐지기를 갖춰 주변 환경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선박을 광대역 통신으로 연결해 통제소에서 무인 조종한다는 내용이다.
민간항공기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적용돼온 자동운항기술과 최근 왕성하게 개발되고 있는 무인 자동차 안전운행 기술을 접목하면 실현이 가능할 것으로 기술진은 판단하고 있다. 계획의 첫 단계는 이미 시행에 옮겨졌다. 발트 해를 운항하는 스텔라 페리는 각종 탐지 장비를 갖추고 자동운항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컨소시엄은 올해 안에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2030년에는 원격조종 화물선을 대양에 띄운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화물선 자동화가 이뤄지면 해양 화물운송비용은 20% 이상 절감될 것으로 예측된다. 선원 인건비가 크게 줄어드는 데다, 승무원 지원을 위한 각종 장비와 식량 등을 덜어내 연료소비를 최소화하면서 얻어지는 효과다. 많은 선원을 배에서 내리게 할 수도 있는 이 구상이 기술적 장애만 극복한다고 시행에 옮겨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선박은 능률적이고 충분한 인력을 갖춰야 한다'는 해사안전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후원하는 선박자동화규제 실무그룹이 2년 전에 만들어져 관련된 변화를 검토하고 있으니 결국 난공불락의 걸림돌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실무그룹은 국제해사기구를 설득해 2020년 이전에는 자동운항에 필요한 길을 닦아 놓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늘과 땅, 바다를 무인 자동화 운행 장비가 종횡무진 누비는 시점이 정말로 얼마 남지 않았는지 아직 예단할 수 없다. 그야말로 공상과학 소설과 만화에 가장 근접한 현실 세계가 구현되는 일이다. 이것은 4차산업 혁명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만약 그런 시대가 온다면, 앞서가는 자와 뒤처진 자의 거리는 더욱더 멀어지는 게 필연이다. 롤스 로이스가 선박 자동화 운항 구상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까닭은 업계가 겪고 있는 영업환경 악화 때문이다. 과거 최고급 차의 대명사였던 롤스 로이스는 이제 해양산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국제원유가 하락으로 첨단 연안구조물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익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제는 설사 원유가가 회복된다고 해도 종전 수준으로는 고급 해양구조물 수요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적 경기침체로 줄어든 해상물동량이 언제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조선, 해운회사들이 처해있는 곤경과 기본적으로 같은 성격이다. 다만 롤스 로이스라는 거인은 패러다임 변화를 통해 위기극복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지금 우리는 정부와 기업, 은행이 모두 달려들어 위기에 빠진 조선, 해운업체들을 살려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실 정리, 긴급 자금 수혈, 사업 통폐합 등 종합선물세트 처방으로 어느 정도까지 해당 산업이 되살아날지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써는 응급처방에 매달리는 것 외에 도리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해양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어 나가고 있는 선구자가 더욱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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