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영호 논설위원 교육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경상북도가 2014년 12월 25일 오후 2시에 예천문화회관에서 '매월 마지막 토요일'을 '할매·할배의 날'로 제정하여 선포하였다. 뜻깊은 날을 만들어 조례까지 제정한 것은 세대 간 소통을 도모하고 손자 손녀가 조부모로부터 삶의 지혜를 배우도록 하는 것과 산업화 이후 가족이산으로 해체 위험에 직면한 혈연중심의 가족공통체를 공고히 하려는 취지에서라고 한다. 세대 간 소통의 단절로 인해 천륜에 반하는 문제가 발생해 온 그 이유는 무엇보다 대면기회의 상실이 주원인이라 할 것이다. 참된 인간의 자질은 만남에서 형성된다고 할 때 가족이 서로 만나 소통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대상을 아무리 간절하게 그리워한들 만남이 없다면 그것은 소용없는 정서 낭비이고 마음의 상처를 악화시키고 만다. 수전(手電)으로 영상통화를 하거나 문자 메시지로 원거리 무성소통을 하고는 있지만 어찌 그것이 대면의 정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인가. 연휴, 명절, 생일 등에 아들 딸 가족이 온다고 연락이 오면 부모들은 그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먹거리 준비와 선물을 마련하고 집안 구석까지 청소를 하는 등 분주하기 그지없는 퍼포먼스가 사또행차를 방불케 하고 있음은 부모의 자녀에 대한 무보상의 일차적 정이라 할 것이다. 지방정부에서 나라가 정하지 못한 의미 깊은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하였으니 향민들은 그 취지에 공감하고 실행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라 생각되어, 지난 8월 연휴를 기해 서울에서 아들 두 가족이 염천인데도 불구하고 내려왔다.
손자 셋, 손녀 한 명을 합하니 모두 열 명이 되었다. 장자 내외가 사정에 의해 함께 참석지 못한 것이 다소 허전하였으나, 귀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어서 일정을 구안하여 실행해 보았다. 손자 손녀의 마음에 자극적 기억이 남아야 방학 때는 경주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고 기꺼이 올 것 같아서, 먼저 입을 즐겁게 하는 구락(口樂)의 시간과 수평선을 바라보며 원대한 꿈을 품는 해상놀이의 체험 및 하루의 자취를 표상해 보는 교육의 시간을 가져 보기로 했던 것이다. 그래서 포항시의 외곽에 위치한 어느 장어전문식당에 가서 장어구이를 먹였다. 아들 며느리가 보편적인 음식을 먹자고 만류하였으나 바쁜 회사생활과 손자손녀 교육시킨다고 심신이 쇄약해진 것 같아서 보신이 될까하여 장어를 택했던 것이며, 또한 손자 손녀를 너무 위생적으로 키운 탓으로 여유 있는 근육 살이 보이지 않아서 장어라도 먹으면 변화가 있을듯하여 일방적으로 정했는데 다행스럽게도 맛있게 먹어주어서 오히려 고마웠다.
그 다음은 칠포해수욕장에서 기구를 타게 했다. 모터보트가 줄을 달아 끌고 달리는 바나나기구, 땅콩기구 등이 해수를 뿜어 올리면서 바다 위를 비상하는 모습이 너무 환상적이기에 타도록 권했더니, 처음에는 다소 두려움을 느끼고 타지 않으려고 했다. 다른 또래들이 타면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고는 마침내 동기가 형성되어 기구를 타게 되었다. 소요되는 지출이 많았으나 모두가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그것은 값으로 계산할 수 없는 놀이였다.
집에 돌아와서 손자손녀들에게 일기를 쓰게 하고 또 가는 펜으로 경험내용을 표상(表象) 하도록 했다. 표상활동은 창의적 사고를 기르는 데 유용하므로 중요시 하는 교육활동이다. 자기가 쓴 일기를 읽게 하고, 작품을 평가하여 최우수상, 우수상으로 구분해서 상장과 상금을 주었더니 대단히 기뻐하였다. 융단커버 한 쪽에는 상장, 다른 쪽에는 쓴 일기를 꽂고 상금을 봉투에 넣어 주면서 '할매·할배의 날'을 대신해 보았다. 할아버지의 상장을 받고 좋아했던 손자손녀 모습들은 추석연휴에는 또 무엇으로 기쁘게 해 줄까 벌써부터 기다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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