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황재훈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20대 국회 개원 직후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이라는 별칭이 붙은 최고임금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주도해 의원 10명이 지난 6월 말 공동발의한 이 법안은 법인에 근무하는 임원의 최고임금 상한을 최저임금의 30배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인 임원 보수와 일반 근로자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면서 소득 격차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기에 이를 시정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자 "시장경제에 반하는 법"이라는 반발과 부작용에 대한 반론이 나오며 논란이 일었고, 두 달 가까이 지나도록 이 법안은 상임위에 상정도 되지 못하고 있다.
원래 거액의 정치헌금자를 일컫던 정치용어로 사용되던 살찐 고양이(Fat cat)라는 말이 부당한 부를 취한 거부나 탐욕스러운 최고경영자(CEO)를 비유하는 표현으로 많이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금융위기 때다. 미국인 대부분이 구조조정, 임금삭감의 찬바람을 맞는 상황에서 일부 금융회사와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막대한 연봉과 보너스, 퇴직금을 챙긴 것이 드러나면서 최고임금 제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도 그 무렵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경제정책연구소(EPI)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매출기준 350대 기업 CEO들의 지난해 평균 보수는 1천550만 달러로, 일반 직원의 276배에 달했다. 1965년에만 해도 CEO와 일반 직원 간의 연봉 격차가 20배 정도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50년 사이에 엄청난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초고액 연봉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상장기업 CEO와 직원의 임금 격차를 재무제표처럼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최고임금법안이 발의된 배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작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5억 원이 넘는 고액의 보수를 받은 기업 등기임원은 748명에 달했다. 가장 많은 보수는 149억 원이 넘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허창수 GS 회장은 올 상반기에만 52억1천900만 원의 보수를 받았고,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42억 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41억1천800만 원의 보수를 받았다. 반면 전국경제인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지난해 평균연봉은 3천281만 원이었다.
구조조정이나 검찰 수사, 거액의 적자로 몸살을 앓는 대기업 오너 경영인들이 고액 보수 상위권에 들어 있다는 점은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 한진해운이 2013∼2014년 1조8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할 당시 최은영 전 회장이 보수와 퇴직금 명목으로 97억 원을 받아간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최고임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려는 것은 아니다. 양극화 해소가 목적이라면 최고임금제 도입이 정답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고, 인위적인 최고임금 통제가 부를 수 있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반대 측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최고임금법안 제출을 불평등과 불균형을 어떻게 완화할지에 대한 우리 사회 내 진지한 논의 착수의 계기로 삼을 만은 하다.
최고임금법안을 주도한 심 대표는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의 경우 아예 최저임금의 5배 이상을 못 받도록 상한선을 정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양극화와 격차 해소에 정치권이 할 일을 무한정 미룬다면 국회의원부터 최고임금법 적용대상으로 하라는 요구가 나오지 말란 법도 없을 것 같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저서 '위대한 탈출'에서 "모두가 동등한 기회를 갖고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면 불평등한 결과가 아니라 불평등한 기회에 대해 염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불평등한 결과'뿐만 아니라 '불평등한 기회'를 더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는 그의 말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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