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이희용 연합통신 기자 | | ⓒ 경북연합일보 | |
지난 6월 19일 인도양에서 조업하던 참치잡이 원양어선 광현803호에서 베트남 선원들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수사 결과 회식 도중 '건배'를 뜻하는 베트남어를 선장이 욕설로 잘못 알아듣고 베트남 선원과 몸싸움을 벌였고, 뺨을 맞은 선장이 "집으로 보내버리겠다"고 하자 선원들은 강제 하선될 것이 두려워 끔찍한 일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선박은 망망대해에 떠 있는 고립된 공간이어서 선원들의 위계질서가 엄격하다. 선장에게 지휘명령권은 물론 징계권, 강제조치권, 사법경찰권, 선내 사망자 수장권 등 막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선원들이 선장의 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배를 탄 모든 사람이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선상 반란은 엄격히 처벌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다행히 한국인 항해사가 범인을 제압해 격리 조치하고, 현지로 급파된 해양경찰이 이들의 신병을 확보해 국내로 호송함으로써 더 이상의 불행한 사태로 번지지 않았다. 해경은 강제 하선 명령에 대한 반발을 직접적인 범행 동기로 판단하면서도 한국인 간부와 외국인 선원 사이의 소통 부재와 외국인 선원에 대한 비인격적 대우 등이 원인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관계 전문가와 언론은 선원들의 무자비한 범행을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질타하는 동시에 이번 일을 계기로 외국인 선원 고용 실태를 점검하고 재발 방지에 힘쓸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우리나라 어선에서 일하는 외국인 선원들의 실상을 보면 부당한 대우에 시달리거나 사고를 당하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 7일 전북 부안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베트남인 조기잡이 선원이 실종됐다. 그는 잠수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스크루에 감긴 어망을 제거하려고 물에 들어갔다가 물살에 휩쓸렸다고 한다. 지난해 4월에는 참치잡이 원양어선을 탄 필리핀인 선원이 심낭염으로 통증을 호소했으나 선장은 "꾀병을 부린다"며 발로 밟거나 갑판에 묶어놓고 벌을 주며 한 달 넘게 방치했다가 사망에 이르게 했다.
2014년 2월 제주 연안에서 조업하던 통발어선에서는 인도네시아 선원이 '일을 제대로 못 한다'는 이유로 한국인 선원들에게 맞아 숨지는 일도 있었다.
외국인 선원을 상대로 한 우리나라 어선의 노동 착취가 국제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2011년의 일이었다. 오양75호의 외국인 선원 39명이 집단 탈출해 뉴질랜드 당국에 신고하자 이듬해 뉴질랜드 정부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원양어선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고, 미국 국무부는 오양75호에서 벌어진 일을 그해 발간한 세계 인신매매 보고서에서 노예노동의 대표적 사례로 소개했다.
2012년 8월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 배에서 일한 외국인 선원의 93.5%가 폭언이나 욕설을 들었고 42.6%가 폭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협중앙회의 통계를 보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조업 중 사고 등으로 숨진 외국인 선원이 109명에 달한다. 1980∼90년대에는 인신매매단이 팔아넘긴 사람들을 모터가 없는 일명 멍텅구리배에 태워 새우잡이를 시키는 일이 적지 않았다. 원양어선에서도 폭행과 강제노동이 끊이지 않아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리기도 했다. 지금 그 배에 탔던 우리나라 선원들의 자리를 동남아 외국인들이 대신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선박의 외국인 선원은 2만4천624명으로 전체 선원의 42%이며, 어선 선원만 따지면 원양어선과 연근해어선을 합쳐 2만8천635명 가운데 41%인 1만1천815명에 이른다.
이들은 말이 통하지 않고 신분증도 반강제적으로 맡겨둔 상태여서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더욱이 1천여만 원에 이르는 송출료를 선원들이 각기 부담하고 취업한 사례가 대부분이어서 중간에 하선 명령을 받으면 빚더미에 오르기도 한다. 저개발국 농부나 아동의 노동 착취를 기반으로 하는 커피나 축구공을 두고 '공정무역'을 실천하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 우리가 동남아시아 출신 선원들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계속 외면한다면 언젠가는 한국 어선이 잡은 생선에 대한 불매운동의 목소리가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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