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추왕훈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내년도 최저임금이 노동계가 강력히 요구해온 '시간당 1만 원'과는 한참 거리가 먼 6천470원으로 결정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노동계 위원이 전원 사퇴하는 등 후유증이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근본 문제와 그 문제를 바라보는 엇갈린 시각을 극명하게 드러내 보인다는 생각이 든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과연 빈곤 퇴치와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최저임금 인상을 견디지 못하는 영세 상공인들이 아예 사업을 포기해 오히려 일자리를 줄이고 빈곤을 부채질하는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 전 세계의 명석한 경제학자들이 수십 년에 걸쳐 논쟁을 계속하고 있지만 명쾌한 결론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서로 다른 전제와 가치관에 바탕을 둔 서로 다른 주장이 끝없이 평행선을 달린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효과가 무엇이든, 혹은 문제가 무엇이든 최저임금 제도가 제대로 지켜질 때라야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쪽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언제나 인상액수에 초점이 맞춰지는 바람에 이 문제, 즉 최저임금은 과연 제대로 지켜지는 것인지와 그를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최저임금을 적용한다고 규정한다. 예외는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과 가사 사용인'과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로 근로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로서 사용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은 경우'뿐이다. 그리고 '수습 근로자와 감시 또는 단속적 근로 종사자(경비원 등)'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하고 도급제 등을 채택해 임금 산정이 곤란한 경우에는 따로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 한마디로 임금을 받고 근로를 제공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거의 예외 없이 최저임금은 지급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대기업, 금융업체 등의 정규직이 최저임금을 받을 일은 거의 없다. 반면에 영세 제조 업체나 서비스·판매업체, 요식업소 같은 곳들은 최저임금이 곧 실제 임금이 되는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의 내용은 근로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알리도록 규정돼 있지만, 최저임금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법규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다 보니 잘 지켜지지도 않고 문제 삼는 경우도 드물다. 현재 시행되는 최저임금 액수가 얼마인지 알 정도면 그나마 양호한 수준이다. 그러니 1주일에 5일을 일하면 유급휴일 규정에 따라 하루 치 임금을 더 줘야 한다거나 하루 8시간, 1주 40시간의 법정 근로를 초과할 경우의 초과근로수당, 휴일·야간에 근로할 경우의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해 노사 양쪽이 모두 무지한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인다.
나아가 주당 15시간 미만 근로 등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는 1년 근무할 때마다 한 달 치 임금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지급해야 하고 또 원칙적으로 4대 보험에도 가입해 줘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용자와 근로자는 얼마나 될까.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해진 최저임금과 임금 관련 제반 규정을 지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듣기에는 아주 그럴듯한 구호지만 현실적으로는 지금의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알릴 것은 알리고 단속할 것은 단속하는 것이 근로자들에게는 훨씬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종전에 시급으로만 표시하도록 했던 최저임금 표시 규정을 고쳐 월급도 병기하도록 한 것은 노동계가 이룬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시급으로만 표시하면 근로자가 유급 주휴수당에 대해 모를 수도 있지만, 이 수당까지 계산해 월급으로 표시되면 근로자는 자신이 받을 급여를 제대로 받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규정과 현실의 간격을 좁혀 가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더 쉽고 신속하게 근로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본의 아니게 범법을 저지를 가능성을 막아 준다는 점에서 사용자들에게도 바람직한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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