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이희용 연합통신 기자 | | ⓒ 경북연합일보 | |
1998년 빌딩 청소를 하며 야간대학에 다니던 가난한 대학생이 인터넷 활용수업 과제로 외국인과 교류하는 홈페이지를 만들고 세계 여러 대학의 동아시아 관련학과 1천여 곳에 편지를 띄웠다. 한국을 알고 싶은 외국인들에게 한국 친구들을 소개해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가운데 10분의 1가량 되는 100여 곳에서 답장이 왔다. 이들과 대화하며 한국에 관한 궁금증을 풀어주려다 주요 사이트에 잘못된 내용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는 1999년 1월 1일 한국을 알리는 전용 사이트를 만들고 주요 사이트를 운영하는 기관에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다케시마' 대신 '독도'로 표기해야 한다거나 '일본해'에 '동해'를 병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단순한 두 나라의 다툼이 아니라 제국주의 침략 과정에서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는 일이다.
2000년 세계적 명성의 잡지와 방송 채널을 소유한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동해'를 병기하겠다고 응답해왔다. 그때부터 자신감을 얻었고 함께하는 회원도 부쩍 늘어났다. 그 대학생의 이름은 박기태(42)였고, 그 펜팔 사이트가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의 머리글자를 딴 '반크'(VANK)의 모태였다. 반크는 '사이버 외교사절단'이라고 불린다. 사이버 공간을 무대로 한국을 올바로 알리는 민간외교관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기태 단장이 반크를 결성했을 당시 세계지도에서 동해를 병기한 비율은 3%에 지나지 않았으나 이제는 30%에 이른다. 반크 회원들의 노력에 힘입어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주요 백과사전 사이트는 고조선을 누락한 채 고구려를 한국 최초의 국가라고 소개했다가 정정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월드 팩트북은 대한민국이 1천 년간 독립국가였다고 기술한 대목을 '수천 년에 달하는 오랜 독립 역사를 지닌 한국'으로 고쳤다. 영국 국립중앙도서관과 호주 머큐리인쇄박물관은 구텐베르크에 앞서 한국이 금속활자를 발명했으며 직지심체요절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을 명기했다. 반크의 활동 영역은 한국 관련 오류를 바로잡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13만 명의 반크 회원은 한복이나 김치 등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가 하면, 한반도 통일이 가져올 미래를 펼쳐 보이며 설득에 나서기도 하고, 유엔의 지구촌 문제 해결을 위해 정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달성을 위해서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반크를 두고 국수주의 단체라거나 지나치게 민족주의를 앞세운다는 등의 비판을 제기하기도 한다.
독도 영유권, 동해 표기, 일본군위안부 문제 등에 매달리고 '21세기 신(新)헤이그 특사단'이라는 이름으로 홍보사절단을 파견하다 보니 반일단체로 알려져 있기도 한다. 심지어 일부 일본인은 사이버 테러단체라고도 부른다. 특정 사이트에 집단으로 '이메일 폭탄'을 보내 압박하거나 해외 대학 도서관의 장서에 'Dokdo'나 'East Sea'라고 적힌 수정 스티커를 마구 붙이는 일이 일어나다 보니 반크가 배후로 의심을 사는 일도 있었다. 반크 활동의 중심에는 독도가 있다. 반크는 온 국민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독도의 진실을 제대로 알리는 것이야말로 한일 간의 과거사 논쟁을 해결하고 남북통일의 길로 나아가는 디딤돌이라고 여기고 있다. 독도 우표나 엽서를 발행하고 청소년들을 디지털 독도 외교대사와 글로벌 독도 홍보대사로 양성해온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이다. 2009년부터는 경상북도와 함께 해마다 우수 회원을 초청해 독도 탐방 캠프를 열고 있다.
그러나 독도를 둘러싼 주변 정세는 전혀 평화롭지 못하다.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 이후 노골적으로 과거 회귀 본능을 드러내는 일본은 최근 방위백서를 통해 12년 연속 "독도는 일본 땅"이라며 억지를 부렸다. 대한민국의 최동단 영토 독도에 또다시 아픔을 주지 않으려면, 그리고 최소한 반크 청소년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