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종현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중국이 추진하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프로젝트라는 일대일로(一帶一路)를 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겉으로는 순수한 경제 부흥계획을 표방하지만, 중국의 세계 패권을 향한 거대한 꿈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대일로가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 유럽의 70여개국 46억 명의 상호부흥(相互復興)과 민심상통(民心相通)을 추구한다는 중국의 설명을 굳이 색안경을 끼고 볼 이유는 없다. 2천여 년 전 동서 문명 교류의 통로였던 비단길을 바다와 하늘, 땅으로 더 넓혀 세계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라면 크게 환영할 일이다.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베이징에서 중국의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주최한 '일대일로 미디어 협력포럼'은 사실상 중국 정부가 세계 언론을 통해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궤도에 들어섰음을 선언하고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베이징에서 열린 일대일로 미디어 협력 포럼에서 인민일보 양전우 사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인 이 포럼에는 세계 100여개국 212개 주요 언론사에서 400명 안팎의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에서 온 언론사 CEO들은 다투어 중국이 내세운 일대일로에 공감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에 대한 부푼 기대감을 표명했다. 중국 정부와 미디어계 인사들은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테러와 남중국해 영유권 갈등,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 등에 불만과 우려를 표시했다. 일대일로에 장애요소라는 이유에서다.
류윈산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은 포럼에 참석한 언론인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쟁취하고 세계질서에 도전하는 게 아니다"면서 "일대일로는 협력과 공존, 글로벌화를 추진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일보의 양전우 사장은 "우리는 냉전적 사고와 제로섬 게임에 반대한다"고 했다. 특히 남중국해와 사드 배치 문제의 키를 잡은 미국에 대한 감정의 골은 깊었다. 중국이 볼 때 미국이야말로 냉전적 사고를 하고 패권을 추구하는 위험한 국가다. 다만 이런 입장이 설득력을 얻고 진정성을 인정 받으려면 중국이 언행의 일치를 보여야 한다. 말로는 정(正)을 내세우면서 행동은 다른 방향으로 간다면 미국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포럼을 지켜보면서 중국의 이중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많은 포럼 참석자들은 중국 관계자들의 언행에 위화감을 느꼈을 것이다. 예컨대 류 상무위원은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에서의 보호무역주의 회귀 움직임을 겨냥해 "이제 세계에서 쇄국정책은 불가능하다. 무역장벽은 장기적 관점에서 시대에 뒤졌다"고 했다. 옳은 얘기지만 그렇다면 중국은 전면적인 글로벌화와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가. 인민일보의 양 사장은 "중국은 각국의 권리를 존중하고, 약한 나라를 침범하지 않으며, 이중잣대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국의 주변국 가운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나라가 얼마나 될까.
인민일보의 자매지로 주로 국제문제에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온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편집인은 소영웅주의적 충성심을 듣기 민망할 정도로 거칠게 토해냈다. 그는 대국(大國)과 소국(小國)을 입에 달면서 소국들은 미국에 영합해 대국인 중국의 이익을 침해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중국은 엄격하게 자신을 통제하고 신중하게 처신하는데 소국들이 중국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있다고도 했다. 사드를 배치한 한국이나 남중국해에서 영토 분쟁을 빚고 있는 필리핀, 베트남 등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특히 한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한다면 중국 정부는 반드시 보복한다는 협박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물론 중국에는 언론 자유가 없으며 환구시보는 인민일보의 편집 방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선전 매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중국 측 행사 참석자들은 세계 불화의 원인으로 민족주의를 지목하고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의 민족주의 발호를 우려했다. 그러나 지금 아시아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후 총편집인이 보여준 '중화 중심주의'가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외국과 외교적 갈등에 있다고 특정 브랜드에 대한 불매운동이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고, 북한의 핵 개발은 방치하면서 남한의 방어용 미사일체계에 보복 운운하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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