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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안팎 곱사등이 처지 된 한국 외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27일(수) 15:53
↑↑ 최재석 연합통신 논설위원
ⓒ 경북연합일보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서 열린 올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지금 한국이 처한 외교 현실을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들이 잇달아 연출됐다. 24일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웃는 얼굴을 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굳은 표정의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악수하는 장면이 언론에 공개됐다.
 다음날 2년 만에 열린 북중 외교장관 회담은 질적으로 다른 장면이었다. 회담장에 먼저 도착한 왕이 부장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을 맞이하러 문밖으로 나와 악수를 한 뒤 리 외무상의 등에 손을 얹은 채 다정하게 회담장에 들어갔다.
 ARF는 북한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의 외교수장들이 총출동하는 다자 안보 협의체다. 항상 역내 국가 간 '총성 없는 외교전'이 벌어진다. 올해는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남중국해 영유권 판결과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결정으로 더욱 복잡하게 꼬인 동아시아의 안보지형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중국은 외교장관 회담에서 한국과 북한을 노골적으로 차별하는 '연출 외교'로 사드 배치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셈이다. 일단 실질보다는 형식으로 대응했다. 중국의 이런 '보여주기식 외교'는 갖가지 해석을 낳는다.
 외교적 결례를 서슴지 않는 안하무인의 중국식 외교를 비난하면서도 국내의 사드 반대 여론이 그런 태도를 부채질했다는 비판이 그 하나다. 그런 식의 외교 형태는 역설적으로 중국이 전면적인 보복 조치를 하기 어렵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렇지만 중국이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며, 언제 어떤 식의 대응 조처를 하느냐의 문제만 남았다는 관측도 여전하다.

 중국은 현재 동아시아에서 사드보다 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이 일본을 필두로 필리핀, 베트남, 인도를 잇는 중국 '포위망'을 구축하던 차에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을 부정하는 국제재판소의 판결까지 난 상황이다.
 이런 때에 사드 문제로 한국과 당장 첨예한 대립 전선을 형성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오는 9월 중국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어쨌든 한국으로선 중국발(發) 사드 후폭풍에 장기적으로 대비해야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한국에 몰아치는 압박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미국과 사드 배치에 합의했다. 

 날로 점증하는 북한의 위협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외교를 하던 한국의 입지를 결정적으로 좁혔고, 그것이 사드로 연결된 측면이 강하다. 미국은 사드 배치를 계기로 한미 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동아시아 전체로 범위를 확대하길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은 중국의 강한 반발을 살 수밖에 없고, 그런 반발에 흔들리는 한국을 미국이 그냥 지켜만 보고 있지도 않을 분위기다.
 그런 조짐은 통상적으로 경제 분야에서 나타나기 마련이다. 미국은 최근 한국산 냉연강판에 최대 65%의 '관세 폭탄'을 때렸다. 미국 상무부는 포스코에 64.7%, 현대제철에 38.2%의 반덤핑 관세 및 상계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상무부는 중국에서 생산돼 수입되는 한국 세탁기에도 무더기 덤핑 예비판정을 내렸다. 

 미국은 한국산 내부식성 철강제품에도 최대 47.8%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한국산 합성고무 제품도 미국 화학업계로부터 반덤핑 제소를 당했다. 한국의 제2 수출 시장인 미국의 통상 압력은 갈수록 거세질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치를 공화당과 민주당이 저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공약을 내세운 것이다.
 특히 25일(현지시간) 발표된 민주당 정강은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 보호를 위해 역내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중국에 대한 견제 의지도 드러냈다.
 그야말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인 한국은 안으로 밖으로 압박에 시달리는 곱사등이 처지에 놓였다. 이런 상황은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낳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수많은 선택을 해야만 했던 우리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최고의 외교 전략가로 꼽히는 서희의 담판이 생각나는 시점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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