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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冊)으로 하는 피서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26일(화) 15:04
↑↑ 문무학 문학박사
ⓒ 경북연합일보

중복이다. 삼복더위 중에서도 가장 덥다고 할 수 있는 날이다. 이런 복더위 때는 뭐니뭐니해도 시원한 것이 최고고 우선 더위나 피하고 보자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정말 날씨도 중복의 체면이라도 세워주려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국민재난 안전처에서 노약자들은 야외 활동을 삼가라는 문자를 받게 만든다. 더워 죽겠는데 복날에 또 무슨 책이냐고 나무랄 사람 없지도 않겠지만 그런 짜증도 잠시 밀쳐두고 생각 한번 해 보자.
 옛날 우리 선조들은 이 복날에 보신을 위하여 특별한 음식을 장만하여 먹었다. 지금은 혐오식품이 되어 버린 것도 있지만, 중병아리를 잡아 영계백숙을 만들어 즐겨 먹었다. 또 팥죽을 쑤어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고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 하여 팥죽을 먹기도 했다. 

 아이들이나 여인들은 참외나 수박을 먹으며, 어른들은 탁족(濯足)을 하면서 더위를 피하기도 했던 것이다. 해안 지방에서는 모래찜질을 하기도 하고….
 이렇게 몸을 위해선 챙겨 먹을 것 챙겨 먹는 전통을 만들어놓고 사람이 몸과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데 마음을 위해서 하는 전통 하나는 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고 원망이 생기기도 한다.
 옛날엔 책 읽기가 가을이 좋다고 해서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며 독서를 권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여름에 그래도 다른 계절보다 조금 더 읽는다고 한다. 어른들이 더위를 피해 탁족을 하면서 책을 읽는 전통을 만들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우리는 지금 보다 더 훌륭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잘 사는 것이 경제 문제인데 독서하고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하면 대단히 곤란하다. 책은 모든 것을 우선한다. 문화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세계의 유명 정치인들이, 세계 유명 기업인들이 휴가철을 어떻게 보내는지 말 들어 보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마찬가지지만 세계 리더들의 여름휴가 계획에는 반드시 책 읽기가 들어있다. 세상의 모든 리더들은 책을 읽는다. 책 읽지 않는 리더는 없고, 책 읽지 않은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다.
 무슨 책을 읽으면 좋으냐고 물을 필요는 없다. 무슨 책이든 읽기만 하면 된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그 책이 다음 어떤 책을 읽으라고 가르쳐 주게 되어있다. 어떤 책이라도 제대로 읽기만 하면 반드시 다음 읽어야 할 책이 생기기 마련이다. 

 가르쳐주는 걸 알아내지 못했다면 같은 저자의 다른 책이나, 같은 출판사의 다른 책을 읽으면 된다. 그걸 알아내지 못했다고 해서 절망할 필요도 없다. 독서는 그냥 읽는 것이 시작이고 또 끝이다.
 독서는 공부와 다르다. 공부는 졸업하기 위해서나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독서는 그런 목표를 가지지 않고 그냥 읽는 것이지만 더 큰 이득이 있다. 영혼의 근육을 튼튼히 하기 때문이다. 모든 공부는 독해력과 관련이 많은데 책을 많이 읽으면 독해력이 향상되어 학생들은 성적도 오른다. 

 우리나라는 학생들은 그래도 책을 읽는 편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는 통계가 있다. 그래서 이제부터라도 복날 제대로 보내는 것은 탁족하면서 책 읽는 것이란 전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탁족은 아니지만 선풍기 실바람 켜놓은 사무실에서 움베르트 에코가 쓰고 이윤기가 옮긴 책 「장미의 이름」을 읽고 있다. 이탈리아 어느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살인 사건을 다룬 책이다. 더러 깜짝 놀랄 일도 있어서 피서용으로 참 알맞기도 한 책이다. 그런데 이 책 서문의 마지막 문장은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 라는 말을 소개한다.
 내 지금 있는 곳이 바로 그 구석방 같은 곳이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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