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선석열 논설위원 문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민본(民本)이라는 말은 「서경」에 있는 '민유방본(民惟邦本)'이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 상고시대의 우임금이 "백성은 가까이 친애할 것이나 깔보아서는 안 된다.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견고하면 나라가 안녕하다"라고 말한 데서 나온 것이다. 유교 경전 속에 나타난 민본의 개념을 세 가지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정치적 주체로서의 민본인데, "하늘이 보고 듣는 것은 백성이 보고 듣는 그 자체이다"라는 의미이다. 둘째로 정치적 객체로서의 민본인데, 하늘이 백성을 낳고 하늘이 내린 천자(天子) 즉 왕을 세워 그로 하여금 통치를 대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인정(仁政)·덕치(德治)·왕도(王道) 등의 용어에서 파악되는 위민사상(爲民思想)이 그 내용이다. 셋째, 국가 구성 요소로서의 민본인데, 맹자는 국가의 요소를 토지·인민·정사(政事)라 했다. 이들 가운데 백성을 가장 존귀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한 민본이념이 한국에서 실현된 시대를 조선시대로 이해하는 한국인이 대부분이다. 특히 세종대왕의 민본정책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로 민본정치를 편 것은 한국의 상고시대부터 있었던 오래된 전통이다. 고조선의 단군신화에 나오는 홍익인간 이념이 가장 오래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고구려의 진대법(賑貸法)도 민본이념에서 나온 복지제도이다. 복지제도에 대한 가장 구체적인 사실들은 신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느 고을에 가뭄이나 홍수가 나서 흉년이 들어 국민들이 굶주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 상황에 따라 국왕은 직접 그 고을에 가서 현황을 살펴보고 국민에게 안부를 묻고 위로하거나, 세금을 거두어 둔 창고를 열어 곡식을 그 국민들에게 나누어 주어 굶지 않도록 하였다.
이러한 복지정책은 국왕이 국민의 편에 서 있음을 보여주어 민심을 안정시켰다. 특히 굶주리지 않게 하여 다음해에 안심하고 농사를 짓도록 하고, 세금을 잘 내게 하는 함과 동시에 삶의 의지를 가지게 하였다. 신문왕 때에는 국가가 국민들이 조상 대대로 가지고 있던 민전(民田)을 백성정전(百姓丁田)이라고 법으로 규정하여 귀족들이나 권세가들이 불법적으로 빼앗지 못하게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이 조치는 삼국통일전쟁에서 막대한 부담을 내었던 국민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그들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기울였는지를 감동적으로 느낄 수 있다.
심지어 환과고독(鰥寡孤獨)으로서 불능자활자(不能自活者) 즉 홀아비 과부 고아 독신(또는 독거노인) 가운데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국민들에 대해 정부에서는 호적 등을 통해 파악하고 있다가 그들의 삶을 보살펴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민본정치는 세계 어느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한국역사에서만 볼 수 있는 사례이다. 현대 한국의 복지정책도 훌륭하다. 1980년대에 이르러 세계적인 흐름에 맞추어 복지제도가 체계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는데, 이때 헌법적 근거가 한국역사 즉 신라의 복지정책에서 나왔던 것이다. 자기 나라 역사를 알면 현명한 지혜가 나와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의 복지정책 가운데 무료급식이니 중학교 무상교육이니 심지어 고등학교 무상교육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 가운데 무상교육은 현대 복지국가에서는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지만, 무상급식은 좀 더 달리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무상급식에 대한 논란이 생기면서 국민들 가운데 불만을 드러내는 사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밥을 굶는 시대에나 있을 법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과연 그 공짜에 무엇이 깔려있는가. 이러한 공짜 정책은 거의 대부분 선거철에만 나오는 헛된 사기극이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은 국민에게 삶의 의지를 갖게 하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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