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추왕훈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증강현실(AR) 스마트폰 게임 포켓몬 고가 전 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이후 한국에서는 "우리는 왜 포켓몬 고와 같은 상품을 만들지 못하나"라는 한탄과 자조의 목소리가 높다. 포켓몬 고 인기의 바탕인 포켓몬스터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를 보면 그에 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 20년 전 포켓몬스터 게임을 개발한 타지리 사토시(田尻智)는 어린 시절 게임과 애니메이션에 빠져 사는 '오타쿠'(어떤 분야에 빠져들어 몰두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일본말)였다. 1965년 도쿄(東京) 인근 마치다 시(市)에서 태어난 타지리는 곤충 채집이 취미여서 친구들 사이에서 불리는 별명이 '곤충 박사'였다고 한다. 197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마치다는 시골 마을이어서 타지리는 산과 들을 쏘다니며 곤충이나 올챙이, 물고기를 잡으며 시간을 보냈다.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 집을 떠나는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지우의 꿈에는 타지리의 어린 시절이 투영돼 있다. 포켓몬스터 일본판에서는 지우의 이름이 다름 아닌 사토시다. 타지리는 곤충학자가 되는 것이 꿈이었으나 공부는 그리 잘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마치다에 개발 붐이 일면서 곤충을 잡으러 다니는 것도 어려워졌다. 타지리는 대신 '스페이스 인베이더'와 같은 오락실 게임에 빠져들었다. 타지리는 게임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게임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분해를 해보는가 하면 게임기 업체의 아이디어 공모에 참가하기도 하면서 점점 더 오타쿠가 돼 갔다. 자폐증과 비슷한 증상의 아스퍼거장애를 앓은 것도 자기만의 세계에 몰두한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닛산자동차 판매사원이었던 아버지와 주부였던 어머니는 이런 타지리가 못마땅했다. 아버지는 타지리를 도쿄전력에 취직시키려고 했지만 타지리는 말을 듣지 않았고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전문대에 입학했다. 전자공학과 컴퓨터 사이언스가 전공이었던 타지리는 '게임 프리크'라는 잡지를 만드는 데 더 열중했다. 비록 손으로 쓴 '기사'를 복사해 스테이플로 찍어 만든 어설픈 잡지였지만 잘 나갈 때는 한편을 1만 권이나 팔았을 정도로 꽤 인기를 끌었다. 이 잡지를 보게 된 만화가 스기모리 겐((杉森建)이 연락해 온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이 평생의 동지가 된 것은 가외의 소득이었다. 당시 인기를 끌던 모든 게임을 분석하고 평가하던 두 사람은 "제대로 된 게임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자신들이 직접 나서서 게임을 만들기로 했다.
1989년 '게임 프리크'는 게임 개발업체로 변신했고 이듬해 두 사람은 닌텐도의 후원을 받아 포켓몬 게임 개발에 착수하게 된다. 그러나 작업은 쉽지 않았다. 게임 개발에 6년이나 걸리면서 생활비가 부족해진 타지리는 아버지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1996년 마침내 완성된 포켓몬 게임의 초기 판매실적은 좋지 않았고 큰 기대를 모으지도 못했다. 당시만 해도 CD롬으로 작동되는 컴퓨터 게임이나 온라인 게임이 부상하던 때여서 콘솔 게임기의 시대는 갔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피카츄와 라이츄, 파이리, 꼬부기가 전 세계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미디어의 형식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데뷔작 '포켓몬 레드·블루'는 일본에서 1천만 개 이상 팔렸고 전 세계적으로 2천364만 개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타지리는 이후에도 계속된 포켓몬 시리즈의 제작에 참여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2억8천만 개의 게임 타이틀, 10개 언어로 된 215억 장의 카드, 17편의 영화 등의 매출을 통해 지난해까지 모두 577억 달러(약 65조7천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쯤 해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한국에서는 타지리와 같은 인물이 나올 수 없는가. 포켓몬스터의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1999년 말 타지리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과 포켓몬스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도시화로 인해 지금의 어린이들이 곤충을 잡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만들었다. 포켓몬스터에는 비디오 게임이나 TV에서 본 울트라맨과 캡슐 괴물과 같은 내 어린 시절의 경험이 하나로 녹아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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