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김성용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영국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1859~1930)의 추리소설 주인공 '셜록 홈스'는 민간자문 탐정으로 불린다. 소설속 인물이지만 탁월한 역량을 선보이는 명탐정의 대명사다. 의사인 존 왓슨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며 지내는 하숙집으로 묘사된 런던 베이커 거리 221B에는 사건을 의뢰하는 우편물이 수없이 도착했다고 전해진다. 홈스는 '바스커빌의 개'를 비롯한 장편소설 4편, 단편소설 56편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셜록 홈스의 실제 모델이 누구냐가 관심이기도 했는데 작가인 코난 도일의 대학 시절 은사라는 설이 유력하나 코난 도일 본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도일은 에든버러대학 의학박사 출신이다.
홈스는 키가 6피트(180㎝) 가량으로 체구가 말랐다. 살집 없는 매부리코와 각진 턱은 차갑고 단호한 인상을 풍긴다. 운동을 별로 하지 않지만 힘이 좋고 발도 빠르고 싸움을 잘한다. 평소 일찍 일어나는 법이 거의 없고 실험에 몰두하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문학이나 철학에는 무지하지만 화학이나 해부학 지식은 상당하다. 일이 없으면 안락의자에 축 늘어져 말도 안 하고 때론 우울증에 시달려 코카인에 손을 대기도 한다. 강력 사건을 추적하는 명탐정 홈스와 비교할 만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는 흥신소가 있다. 고객의 요청에 따라 타인의 정보를 캐는 사설 기관이다.
개인이나 기업의 신용, 재산 상태, 비리 행위를 조사해 알려주는 일을 한다. 개인 정보를 캐내고 조사하는 업무가 약간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일을 해야 하지만 속성상 불법 행위 소지가 크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수시로 넘나든다는 지적이 많다. 최근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개인정보를 불법 유출, 거래한 혐의로 흥신소가 낀 사이버 점조직을 적발했다.
이동통신사의 서버 해킹을 통해 유출된 휴대폰 위치 정보나 주소지 등을 팔았다. 합법적 수단으로는 정보 캐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하다. 국내 흥신소는 3천여개가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헌법재판소 결정을 통해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배로 늘어났다. 흥신소에 의뢰하는 사건의 80%가량은 외도가 의심되는 배우자의 사생활을 조사해 달라는 경우다. 간통죄가 없어져 형사처벌은 불가능하지만 이혼 소송에서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증거자료로 제출해 위자료(재산 분할권) 책정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기 위한 목적이다. 딸의 남자친구 차량 추적, 헤어진 여자 친구 위치 파악, 사위의 차량 위치 추적을 의뢰한 사례도 있었다.
경찰이 배포한 브리핑 자료에 따르면 차량 위치추적기를 배우자 차량에 부착하기 위해 든 비용은 250만원이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의 클래스에 따라 가격은 제각각이다. 차량 조회는 15만원, 출입국 조회 45만원, 병원 기록 40만원, 재산 조회 30만원이다. 휴대폰 위치 조회는 80만원, 주소 조회 70만원, 택배 주소 40만원, 가족 관계 150만원 등이다. 한국판 셜록 홈스의 등장은 실제 가능한 일일까. 사설탐정은 규정상 불법인데 예외적으로 채권추심업을 허가받은 신용정보회사나 변호사 및 변호사 사무장(패러리걸)은 사실상의 탐정 활동을 할 수 있다.
사설탐정은 경찰의 숙원 사업 중 하나로 꼽혀 왔다. 외국에선 탐정 활동이 가능한 나라가 적지 않다. 흥신소가 갈수록 음성화되고 불법 행위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 흡수해 양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사설탐정을 공인화하는 내용의 민간조사업법 제정 작업이 그간 꾸준히 추진돼 왔다. 20대 국회에는 경찰 출신 의원이 8명으로 늘어났다. 19대 국회 때는 4명에 불과했다. 경찰은 19대 국회에서 무산됐던 '탐정법' 제정 작업에 좀 더 힘이 실리지 않을까 기대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민간에 수사권을 부여하는 일이 타당한지, 전직 경찰이 재직 때 취득한 정보를 사적 용도로 악용하는 부작용은 없을지 등의 우려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사설탐정의 업무 영역과 권한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들에 대한 관리 및 규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논의가 충분히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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