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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위험은 '절벽'이 아닌 곳에 있다
이병로 연합통신 논설위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7월 07일(목)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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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이병로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요즘 우리는 사방 절벽 위에 서 있다. 정면에는 '인구절벽'이 있고, 그 옆으로는 '고용절벽' '소비절벽' '빚 절벽'이 늘어서 있다. 그게 다가 아니다. '수주절벽'도 있고 '산업절벽'도 있으며 '계층절벽'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정도면 어떤 단어라도 앞에 붙이면 신조어가 만들어질 지경이다. 예컨대 '정치절벽'은 왜 안 되며 '문화절벽'은 또 어떤가. '세대절벽'도 쓸 수 있다. 미국에서 절벽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기 시작한 때는 2012년 2월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인 벤 버냉키가 당시 미국이 처한 재정적 어려움을 빗대 '재정 절벽(fiscal cliff)'이라고 정의한 것이 계기다. 버냉키 이전에도 위기국면에 '클리프(cliff)'란 단어는 사용됐지만, 그보다는 좀 복잡한 단어인 '프레서피스(precipice)'가 주로 쓰였다. 절벽은 아마도 '추락하면 생존할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해 있다'는 의미일 테다. 그만큼 급박한 위기 상황이란 강조다. 단 하나의 단어로 옮겨야 한다면 '위기' '공황' '난국' 정도를 떠올릴 수 있지만, 어느 단어도 똑 들어맞는다는 느낌은 오지 않는다. 번역의 한계도 있겠으나 절벽이라는 단어가 붙는 용어마다 각기 다른 정치, 사회적 뉘앙스가 스며들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절벽이라는 단어가 남용되는 수준이 되다 보니 진정 뭐가 심각한 문제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뭐든 다 문제라면 아무것도 문제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불평등의 심화가 이미 심각한 지경에 도달했으며 잘못 방치하면 사회의 미래를 뒤흔들 위험요인이 될 거라는 사실이다. 진짜 위기는 절벽이라는 단어에 있는 게 아니다. 토마 피케티는 몇 년 전 내놓은 역작 '21세기 자본'에서 부의 집중 현상을 크게 우려했다. 그는 방대한 자료를 조사 분석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2010년 글로벌 차원에서 본 부의 불평등은 19세기 유럽의 수준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인구가 총 1천 명이고 총자산이 1천 원이라면 최고 부자 1명이 200원을 가진다. 상위 재산가 10명의 자산은 500원이고, 상위 100명이 800~900원을 보유한다. 가난한 500명의 재산은 모두 합해봐야 50원에 못 미친다. 피케티는 이를 세습자본주의의 도래라고 이름 붙인다. 피케티는 자본 소유의 과도한 집중은 심각한 정치적 긴장을 일으키는 요인이고, 대개 보통선거와는 양립하기 힘들다고 봤다. 그러고는 '금권민주주의'라는 책을 쓴 조사이어 웨지우드의 말을 인용한다. "경제민주화 없는 정치적 민주주의는 본질적으로 불안하다." 피케티의 해법은 잘 알려진 대로 '자본에 대한 글로벌 누진세'다. 그는 20세기에는 '누진적 소득세'라는 획기적 장치가 만들어졌으며 이는 민주주의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라는 특별한 상황이 만들어낸 결과물로 보았다. 이제 자본 집중이 19세기로 되돌아갈 처지에 놓일 지경이니 인류가 새로운 조세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는 게 피케티의 생각이다. 피케티의 연구방식을 차용해 우리 사회를 분석한 연구는 아직 드물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온 몇몇 연구결과는 우리 사회도 이미 심각한 '불평등 심화' 국면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소득과 자산 모든 측면이 그렇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면서 자산이 더 큰 힘을 갖게 됐으며 상속재산이 청년세대의 장래를 좌우하는 힘은 이에 비례해 막강해졌다. '조물주 위에 건물주'란 말은 이런 현상을 냉소적으로 풍자한다. 문제는 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일 수 있다. 올바른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이렇게 물어봐야 한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면 모두가 잘살게 될까? 시장원리에 따라 저절로 부가 저소득층으로 나누어진 역사적 사례가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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