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황재훈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이 이뤄진 지난 23일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이 더 컸던 것은 틀린 여론조사가 한몫했다. 찬반이 팽팽히 맞선다는 관측은 국민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점점 EU 잔류 우세 쪽으로 바뀌었다. 파운드화는 8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했고, 개표 시작 몇 시간 전 도박사들이 보는 영국의 EU 잔류 확률은 90% 안팎에 이르렀다. 투표 마감 직후 발표된 2개의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잔류가 우세한 것으로 나올 때까지만 해도 예상대로였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4천772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투표 직후 공개한 예측조사 결과는 잔류가 52%, 탈퇴가 48%였다.
입소스 모리는 투표 전날부터 당일까지 여론조사를 한 결과 잔류가 54%로 탈퇴를 무려 8% 포인트 앞선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여론조사 업체들은 이번에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이들에게 브렉시트는 재난에 가까운 결과였을지 모른다. 작년 총선 때도 완전히 빗나간 예측을 했던 터였다. 4·13 총선 결과가 국내 여론조사 업체들에 줬던 충격도 비슷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여론조사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최근 국회에 제출했다. 선거여론조사의 공표와 이를 인용한 언론보도가 유권자들의 후보자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지난 총선 과정에서 실시된 여론조사가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유권자와 후보자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는 판단에서다.
선관위 개선안은 우선 공표나 보도를 목적으로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할 때는 반드시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활용하도록 했다. 휴대전화가 보편화하고 집 전화는 아예 없는 가구가 적지 않은 상황인데도 일반 여론조사는 안심번호를 활용하는 휴대전화 조사를 할 수 없었다. 조사의 신뢰성과 정확성 제고를 위해 안심번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던 상황에서 옳은 방향이다.
선거여론조사 결과 공표 금지 기간 단축도 개선안에 포함됐다. 지금은 선거일 전 6일부터 선거일 투표 마감시각까지 선거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 이를 선거일 전 2일까지 결과를 공표하거나 보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은 공표제한 기간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부정확한 조사 결과가 투표 직전까지 유통돼 표심을 왜곡할 가능성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선거철이면 '여론조사 공화국'으로 변하는 지금의 비정상적 상황을 바꿔야 한다. 순간의 단면을 포착하는 일종의 '스냅 샷'에 불과한 여론조사 결과에 일희일비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지지율 숫자나 순위에 연연해 왔던 게 우리 정치권의 현실이었다. 국회의원은 물론 대통령 후보 선정에까지 여론조사는 큰 영향을 미쳤다. 언론은 경마식 보도와 선정주의로 이런 조사 결과를 단순 전달하기에 바빴다.
특정 사안에 대해 여론이 형성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5∼7일은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사안이 발생한 바로 다음 날, 어떤 때는 당일에도 긴급이라는 타이틀을 붙인 여론조사가 실시되는 현실을 비판하는 전문가의 개탄을 들은 바 있다. 이런 조사는 여론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여론을 편향적으로 이끌 수 있다.
선거여론조사 개선책이 대증적 처방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정치여론조사에 대한 근본적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문제를 노출할 가능성이 크다. 여론조사 맹신은 금물임을 확인시켜준 영국의 브렉시트 투표 결과는 우리 정치 영역에서 여론조사의 역할과 한계를 어디까지 규정할지, 어려운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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