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문무학 문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옳지, 누가 나에게 술을 권했단 말이오? 내가 술이 먹고 싶어서 먹었단 말이오?" "자시고 싶어서 잡수신 건 아니지요. 누가 당신께 약주를 권하는지 내가 알아낼까요? 저……첫째는 화증이 술을 권하고 둘째는 하이칼라가 약주를 권하지요" -중략- "내가 설명해 드리지. 자세히 들어요. 내게 술을 권하는 것은 화증도 아니고 하이칼라도 아니요.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이 조선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알았소?"
현진건의 단편소설 「술 권하는 사회」에서 술 마시고 들어온 남편과 아내가 실랑이 하는 대목이다. 일본 유학을 마친 하이칼라 남편과 이른바 공부라고는 해 본적이 없는 아내와의 실랑이다. 술만 마시고 순진한 아내에게 화풀이하듯 해대는 남편도 측은하고, 술 마시게 한다는 '사회' 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내도 측은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소설은 1921년 11월 「개벽」에 발표되었다. 발표된 지가 95년이 지났다. 한 세기가 가까워진다. 1921년 우리에겐 치욕스런 일제강점기. 나라 빼앗긴 설움을 술이라고 어찌 달랠 수 있었으랴만 당시 지식인들은 그만큼 맨 정신으로 버텨내기가 어려웠다. 어떻게 하긴 해야겠는데 나라 구할 방법도, 나라를 구할 힘도 없고, 있는 것이라고는 오로지 절망뿐이어서 술에 기대 삶을 견뎌갈 뿐이었다.
현진건의 소설 「술 권하는 사회」는 빼앗긴 나라를 되찾았으면 끝나야 한다. 나라 되찾은지도 어언 71년,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술을 권하고 있다. 되찾자 마자 6.25 전쟁을 겪고 그만 또 반 토막난 나라라서 그런가? 여전히 우리 사회가 술을 권한다. 지식인들에게만 권하는 것이 아니라 온 국민에게… 이념으로 분단된 국가에서 정권 때문에 동서가 갈라서서 그야말로 국가발전을 크게 가로막았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문제를 두고는 같은 영남권의 대구와 부산이 등을 맞대게 되었다. 그러더니 신공항 건설 사업은 10년 전과 같은 상태로 되돌아갔다. 지역 갈등이 아무리 심각하다할지라도 국책 사업은 국민에게 약속한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무산시켜버리고 김해 공항 확장을 신공항 건설이라고 한다.
23일에 신공항 무산이 발표되었는데 24일엔 24개 지자체가 신청한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 선정도 무기한 연기해버렸다. 지방자치단체간 소모적인 유치 경쟁으로 번지고 있는 국립한국문학관 후보지 선정 추진 사업을 잠정 '무기한 중단' 한다는 것이다. 문학계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더욱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이런 상황들은, 분명히 술을 권하는 일들 아닌가? 우리 사회가 술을 권해도 제대로 한잔 권하는 것이다.
신공항 무산도, 국립한국문학관 무기한 연기도 이해하기 어렵다. 거기에는 똑 같은 이유가 숨어있다. 그것이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것을 믿을 사람도 있고 믿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국책 사업의 결정에는 그것이 무엇이고 또 어디이든, 이른바 당사자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 한다. 신공항의 경우는 영남권 사람들의 생각이,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에는 문인들의 생각이 반영되어야 옳은 것 아니겠는가? 그런데 그것이 무시되었다.
영남이 아닌 서울에서, 우리나라도 아닌 프랑스에서 우리 국민도 아닌 외국인이 결정하는 것을 따라야 하는가? 국립한국문학관을 문학과 관계없는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이랬다 저랬다 해도 되는 것인가. 세상의 평화를 위해서,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정부와 국민이 서로참고, 서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힘 있는 측이 옳지 않은 경우까지 수용하고 이해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다. 좋은 안주로 술을 권하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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