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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남아 미안했다, 죽은 이들에게"
일제강점기를 넘어 6·25 전장까지…김동경 옹의 회고록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6월 26일(일) 18:42
↑↑ 김동경 지회장은 1930년 포항에서 태어나 경원대학원 경영과를 수료했다. 안강 제일새마을금고 이사장을 지냈으며 2011년부터 현재까지 6·25참전유공자회 경주지회 회장을 맡고 있다.
ⓒ 경북연합일보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의 남침이 시작된 새벽 경상북도 영일군 신광면 냉수리 마을의 아침은 평상시처럼 집집마다 굴뚝에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신광중학교 학도호국단의 소대장으로 있던 김동경(87)씨는 학교로 날아든 '전사록'을 보고 전쟁의 발발을 알게 된다. 일제해방 이후에 재대로 체제가 잡히지도 않은 조국에 찾아온 골육상잔의 비극이 이곳 경주에서도 일어났다. 그곳에서 두 눈으로 전쟁의 참화를 똑똑히 목도한 6.25참전유공자회 김동경 지회장을 찾아 조국과 6.25 전쟁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 일제강점기의 유년시절과 그리고 독립
 김동경(87). 그는 지금의 포항시 북구인 옛 행정상의 영일군 신광면 냉수리에서 2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1930년은 일본이 이미 조선을 통치한지 20년.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고 어린 시절 겪어야 했던 것은 1940년대 초등학교 때부터 일제의 중일전쟁과 태평양전쟁을 준비하며 조선을 수탈하기 시작한 시대를 어린나이에 몸으로 직접 겪었다.
 하루 두 끼인 아침과 저녁엔 멀건 풀대 죽으로 때웠다. 부모님들은 징용되어 산판공사에서 노동을 착취당하고 새끼와 가마니 몇 죽(1죽 : 가마니 10개)씩 각 가정에 할당되었다. 학생인 그는 학교에서 소나무 옹이를 모아야 했다. 이것을 일본은 항공유로 사용하기 위해 동·읍의 각 가정별로 할당량을 배당해 의무적으로 공출해야 했다.
 "조국이 무엇인지. 꿈이 무엇인지. 그런 것들은 몰랐다. 태어나 보니 부당한 세상에서 착취당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고 오직 살기 위해 먹을 것을 찾았다"
 우리의 의지가 아닌 일본의 폐망으로 해방이 된 시절 우리는 '평난'되었다고 좋아했다. 그리고 해방된 삶을 살면서 조국을 잃었던 서러움이 얼마나 큰지를 알게 되었다. 현대의 사람들은 영화와 미디어를 통해 알겠지만 우리는 몸소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이다. 당할 때는 느끼지 못했다. 지난 상황이 바뀌어야만 알 수 있는 설움. 피지배자들의 아픔이며 한이다. 조국을 잃은 설움의 한이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다시는 잃어나지 않아야 한다.
 
◇ 1950년 6·25 전쟁 전야
 1950년대의 생활은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이 들어서면서 좌우로 나누어져 낮은 경찰들이 지배하고 밤은 공산당원들이 지배하는 혼돈의 시기였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도 지식인들과 위정자들의 입장일 뿐. 먹고살기 급급한 평민들에게는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했다. 그리고 전쟁이 날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군인들도 휴가를 다 내보내고 장교들이 파티를 했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전쟁이 일어날지 알았겠는가. 꿈에도 생각 못했다"
 
◇ 6·25전쟁 발발 그리고 피난생활과 입대
 평온한 영일군 신광면 냉수리의 6월 25일 아침. 여느 때와 같이 아침밥을 짓는 연기가 굴뚝에서 피어나고 일상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는 신광중학교로 등교했다. 그리고 알았다. 전쟁의 시작. 학교로 날아든 '전사록'은 전쟁의 발발과 전선의 상황을 전파하고 있었다.
 "전쟁이 났다고 해서 미리 계획하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 시절에는 어디로 피난가고 대피하고 이와 같은 로드맵이 없었다. 전쟁을 겪은 세대도 아니고 무방비 상태에서 전쟁의 포화 속에 남겨졌다"
 기계까지 인민군이 넘어오고 피난민들이 몰려들어 오고서야 피난을 생각하고 안강으로 가족과 함께 피난을 떠난다. 그리고 다시 사방에서 천북으로 넘어갔다.
 이때 참혹한 전쟁의 참화를 직접 목도한다. 강동면 양동은 인민군이 점령하고 국당리에는 아군이 진을 형성해 대치중인 상태였다. 그리고 천북 쪽으로 인민군들의 척후병이 드나들기 시작하자 아군 정찰기가 포착하고 포대에 포격신청을 한다. 황성동 일대에서 시작된 포격이 적군과 피난민들을 가리지 않았다. 무차별 떨어지는 포화 속에 우리는 그렇게 죽어갔다.
 "그때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누가 이 주검을 알았겠는가. 몸이 산산이 부서지고 팔 다리가 날아가는 광경을. 상상도 하지 못하는 광경에 주민들은 아비규환의 고함과 울음과 절규들이 사방천지에서 울려 퍼졌다.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그곳에 끝이 없이 퍼붓는 포탄은 피아를 구분하지 않았다. 살아남은 자는 운이 좋았다. 그리고 살아남아 미안했다. 죽은 자들에게"
 전쟁. 상상도 하지 못한 그 참혹함이 현실이 되어서야 알 수 있었다. 전장에서 할 수 있는 인간적인 행위는 죽지 않으려고 발악하는 몸부림 뿐. 그리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전쟁의 양상이 조국의 부름이라는 미명하에 경찰들은 할당된 인원수 만큼 잡아갔다. 공출병 혹은 납치병이라 불렀다. 그리고 천북면 화산 18연대에서 주먹밥과 M1 총알을 전선으로 나르는 보급병으로 전장에 있었다.
 그리고 9월 15일. 마침내 전쟁의 상황을 뒤집는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적들은 급물살처럼 후퇴한다.
 
◇ 전쟁 후 제대와 경주에서의 생활
 적군들이 물러나고 고향에 있던 그에게 정일권 국방부 장관 명의의 국가 소집장을 받는다. 그리고 정식으로 군에 입대한다. 그의 나이 22세.
 1951년 입대해 제주도 육군 제1훈련소 전술분과 분대 방어 조교로 근무한다. 그리고 1953년 7월 휴전을 맞으며 1954년 5월 1일 제대한다.
 이때는 이미 그는 결혼을 한 상태다. 정전이 된 후 휴가를 나온 그에게는 고향의 어른들이 물색해 둔 처녀가 기다리고 있었다. 단아한 그녀의 모습에 무엇을 따지고 할 것 없이 결혼을 한 그는 지금까지 옆을 지키고 있는 아내를 생각하며 흐뭇하게 웃음을 띄운다.
 이 시절은 중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흔치않아 그는 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이장 생활을 하면서 박정희 정권에서 새마을 지도자가 되어 전쟁의 참화를 입은 국토 복구와 경제 활성화에 앞장을 선다.
 "박정희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이 전국에 울려 퍼질 때. 우리 마을에는 모범마을이 두 곳이 있었다. 양월2리와 장교리 였다. 이 두 곳에 리어카가 1대식 보급되었다. 난생 처음 리어카를 보았다. 동네에 두고 여러 사람들이 돌아가며 사용했다"
 
◇ 국가 보훈정책의 변화를 바란다
 1950년대부터 다양한 법안으로 거론되면서 1983년에 본격적인 국가유공자와 가족에 관한 예우를 법안으로 제정하고 사회 각계각층에서 나서서 그 대상과 범위를 넓혀간다.
 그 이전에는 나라의 살림이 각계각층을 돌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때 5만원의 참전수당을 주었다. 지금은 20만원을 준다. 그리고 시에서 5만원과 도에서 1만원을 준다. 우리 참전용사들은 국가에서 정한 최저생계비의 50%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해 줄 것을 18대 국회부터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비와 교통비의 전액 무상지원을 원한다.
 최소한 우리는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것에 대한 예우를 국가에서 해주길 바란다.
 1천500만원 참전용사들이 이제는 15만명이 남아 있으며 평균 86세다. 경주에는 1천명의 참전용사들이 있다. 얼마 남지 않은 이들에게 국가에서 뜻 깊은 조치가 있기를 바란다.    권민수 기자 kms@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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