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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할매' 들의 "시가 뭐고?"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6월 21일(화) 16:04
↑↑ 문무학 문학박사
ⓒ 경북연합일보

"논에 들에/ 할 일도 많은데/ 공부시간이라고/ 일도 놓고/ 헛둥지둥 왔는데/ 시를 쓰라 하네/ 시가 뭐고/ 나는 시금치씨/ 배추씨만 아는데" 소화자, '시가 뭐고' 전문,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에 갔다/ 눈이 침침해서/ 칠판에 글이 안 보였다/ 눈물이 났다/ 안과에 가서 수술했더니/ 칠판에 글이 잘 보인다/ 글이 잘 보여 눈물이 났다/ 심봉사도 나만큼 좋아했나" 박후불 '눈' 전문. 

 이 두 편의 시는 칠곡 평생학습관 성인문해교실 수료생들이 쓴 시다. 지난 해 10월에 초판이 나왔고 이후 계속 인구에 회자되면서 출판이 거듭되어 왔다. 지금 현재 서점에 나와 있는 것이 7쇄니까 6000권 이상 팔렸다는 얘기다.
 시집 만권 팔기가 정말 어려운 시대인데 칠곡 할매들의 시가 가깝게 가고 있다. 올해는 제22회 서울국제도서전(16.6.15~19)에 칠곡 할매 시인들 30명이 특별 초청되기도 했다.

 참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으로 소통하여 미래를 디자인하다" 라는 주제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의 개막식에서 이 행사의 홍보대사인 신달자 시인의 시, 칠곡의 소화자, 박후불 할머니의 시가 낭송되었다. 참 의미있는 일이다.
 이 날 행사에는 주한 외교사절 및 독자 등 200여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필자는 그 다음 날 전시장에 가서 이 할머니들을 만나보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지난해 부터 여러 매체에서 많이 다루어져서 칠곡 할매 시인들이 유명해졌다. 

 이 시집의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는 "칠곡 할매들이 쓴 시를 모은 시집 「시가 뭐고?」는 '시 안 쓰는 시인들'이 펴내는 시집이다. 시집 「시가 뭐고?」는 사투리를 그대로 옮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경상북도 칠곡군에 사는 '할매' 들이 문해(文解) 교육 현장에서 배우고 익힌 한글로 손수 쓴 시들을 엮은 시집이다. 

 할매들은 대부분 '생애 처음' 시를 써본 사람들이다. 이 점은 표제작 「시가 뭐고?」라는 시에서 여실히 확인할 수 있다. 그 어떠한 꾸밈도 없고, 과장 섞인 표현도 없는 소화자 할머니가 쓴 단순하고 소박한 표현을 보라. 일체의 분식(粉飾)조차 없는 구체적인 생활 현장의 언어가 주는 묘미는 과연 시란 무엇인가? 하는 묵직한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시인들이여, 시가 뭐고?" 라고 시인들에게 반문한다. 

 그 반문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한글을 모르던 할머니들이 문자를 해득하는 과정과, 금방 글자를 알아 쓴 시들이 감동을 주는 것은 그 시 속에 할머니들의 삶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숨겨야할 것도 부끄러워야 해야 할 것도 없이 솔직하게 쏟아놓았기 때문이다.
 박점순 할머니는 '글' 이란 제목으로 "시를 쓰라 하니/ 눈아피 캄캄하네/ 글씨는 모르는데/ 어짜라고요" 라고 썼다. 캄캄함이 참으로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는가. 

 참 대단한 일이다. 한글을 깨우친 할머니들이 대단하지만, 문해 교육 시간에 짧은 시를 써보자고 제안한 강사 선생님의 생각도 훌륭했다. 그보다 먼저 칠곡군이 문해 교육을 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실천한 것도 대단한 일이다. 또한 칠곡교육문화회관과 인문사회연구소의 기획도 참 아름다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인문학의 중요성을 그 어느 지자체보다 먼저 인식하고 사업을 펼친 칠곡군의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인문학 마을 축제를 개최하기도 하며 인문학을 주민들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앞으로 또 어떤 기적을 만들지 모르겠다.
 칠곡이 인문학으로 이름을 떨치리란 예상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고, 문맹의 할머니들이 '칠곡할매' 시인이 되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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