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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연장'이지만 '근무'는 아닌 회식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6월 09일(목) 15:03
↑↑ 이병로 연합통신 논설위원
ⓒ 경북연합일보

「회사원 A는 팀 회식에서 골반을 다쳤다. 고깃집에서 1차를 하고 원하는 팀원들과 옆 건물 노래방에 갔다가 비상문을 화장실로 착각해 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김 씨는 회식에서 일어난 사고이니 요양급여를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지 못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 판결이 엇갈린 상태에서 대법원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다. 팀장이 술을 돌리지 않았는데도 A씨가 혼자서 과음해서 사고가 났기 때문이었다.」

 상반된 판결도 있다.
 「B씨는 이웃부서의 요청으로 송년회에 잠시 들러 인사만 하고 자리를 뜨려 했다. 아내가 임신 중이었기 때문이다. 단체 술자리가 흔히 그렇듯 B 씨는 돌아가는 술잔을 마다하지 못하고 주량을 훨씬 넘는 소주 2병을 마셨고 귀가하다가 하수구 맨홀에 빠져 숨졌다. 법원은 이 경우는 회식으로 인한 과음이 유발한 업무상 재해로 판단했다. 법원은 "회사 측이 과음을 적극 제지하지 않고 사실상 유도·방치했기 때문에 술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고를 개인 책임으로 돌릴 수 없다"고 봤다.」 

 회식자리에서 술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업무상 책임을 가르는 법원의 기준은 대충 이렇다. 회식의 전반적인 과정이 회사의 관리하에 있어야 하고 개인의 일탈행위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달리 말하면 회식자리에서 회사 측을 대표하는 책임자는 술을 강요해서는 안 되고, 과음을 막아야 한다. 참석자는 주량에 맞게 알아서 술을 마셔야 하며 '술이 술을 먹는 무책임한 행위'는 해서는 안 된다. 언뜻 기준이 명료해 보이지만, 실상은 다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에 앞서 묻고 싶은 질문이 있다. 술을 마셔야만 하는 회식의 참석을 거부할 권리는 없을까? 이런 부어라 마셔라 하는 회식은 안 하면 안되나? 회식문화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권리를 행사하는 간 큰 종업원은 찾아보기 어려울 듯하다. 권리행사를 잘못했다가는 '팀워크'를 모르는 인간 취급받기 십상이다.
 직장 내 왕따가 별것 아니다. 심지어 '정서적 업무방해자'로 상사와 동료의 뇌리에 남을 수도 있다. 상당수 직장에서 회식은 '일의 연장'이며 의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회식이 근무는 아니지만 말이다.

 세계 최고의 직장이라는 구글의 한국지사인 구글코리아에는 회식이 거의 없다고 하는데 국내 토종 기업 중에 그런 회사가 있다는 이야기는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직장회식은 군대문화의 냄새를 짙게 내는 게 사실인데, 24시간 단체생활을 하는 병영의 특수상황이 사회로 그대로 전이된 현실을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일의 연장'이라고 하지만 근무시간은 될 수 없는 '시간외 강제회식'은 모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강제회식은 '법외 근로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고, 잦은 회식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스웨덴은 예테보리의 스바르테달렌스지역에서 지난해부터 주 30시간 노동을 실험하고 있다. 주 30시간이면 하루 노동시간이 6시간인데, 임금은 하루 8시간일 때와 같이 유지한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 4월 노동실험의 중간평가 결과가 나왔다. 노동시간이 줄었으니 인력이 부족해질 것이라고 봤지만, 업무능력이 올라가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더 좋은 성과가 나왔다.
 삶 자체가 바뀌고 직원들의 충성도도 높아졌다. 생산성이 높아진 비결이 몇 가지 있는데, 무의미한 회의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게 된 것이 그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 현실은 우울하다. OECD가 최근 발표한 '2016년 더 나은 삶 지수'에서 한국은 일과 삶의 균형부문에서 38개 조사대상국 중 36위로 사실상 최하위를 기록했다. 일과 삶의 균형 척도 가운데 하나인 주당 평균 근무시간이 50시간 이상인 노동자의 비율은 OECD 평균보다 10% 포인트 높은 23.1%였다.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근로시간을 줄이는 노동개혁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최장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들 정도이니 당분간 여건이 개선될 가능성도 없다.
 법도 바꿀 필요가 없고 기업 부담도 늘리지 않는 방법인 '회식 없애기'는 어떨까.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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