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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는 명품(?)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6월 07일(화) 15:39
↑↑ 현경숙 연합통신 논설위원
ⓒ 경북연합일보

상하(常夏)의 나라 태국에 터를 잡고 사는 한국 교민 부인들은 태국 남성이 아무리 부자라도 딸을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한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경제규모가 두 번째로 큰 태국은 빈부 격차가 심하다. 부자들은 수억 원 하는 고급 외제 차를 대여섯 대, 많게는 20대도 넘게 갖고 있다. 차마다 별도 운전사들이 고용돼 있고 집에 수영장은 기본이다.
 그런데도 태국 남자들은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약해 딸을 주고 싶지 않단다. 남성들이 외도하거나 딴살림을 차리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서민층 남성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동남아에서는 여성들이 생활력 강하고 직장에서 남자들보다 업무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 관청에는 여성 관리직이나 고위직이 흔하다.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인들은 남자 직원들이 부지런하지 않고 일 처리도 야무지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교민 부인들은 한국 남자들이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강하다, 키도 크고 인물도 훤하다, 열심히 일한다 등의 이유를 들며 다른 나라 남자들과 비교하면 "괜찮은 편"이라고 후한 점수를 준다. 

 상황이 바뀌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듯 고향을 떠나 이역만리에 살다 보니 '내 자식과 마누라는 내가 먹여 살린다'는 한국 남성들의 책임감이 새삼스러운가 보다. 실제로 아내와 자식을 외국에 보내놓고 외로움을 이겨가며 번 돈을 꼬박꼬박 해외의 처자에게 송금하는 '기러기 아빠'는 한국에서 말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미국, 유럽 등 서양에는 남녀가 결혼조차 잘 하지 않는다. 만나고 헤어지는 데 대한 태도가 자유로운 탓도 있지만, 재산을 공유하지 않겠다는 타산도 한몫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보다 선진국인데도 여성의 지위가 한국의 경우보다 낫다고 할 수 없다.
 중국은 공산 혁명을 거치면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됐지만, 남자들이 월급을 아내에게 통째로 갖다 바치지는 않는다. 골치 아픈 일이나 위기가 닥치면 아내에게 맡기고, 자신은 쏙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단다(그래서 '태양의 후예' 유시진 같은 카리스마 넘치는 한국 남자가 중국 여성들에게 인기 있다고 한다).
 유교적 전통이 뚜렷한 아시아에서 남성들에게 내 가정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의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 한국이 아닐는지.

 강남역 근처 화장실 살인 사건으로 여성혐오, 남성 우월주의, 성차별에 관한 논란이 뜨겁다. 우리 사회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남녀 성차별이 뿌리 깊다.
 한편으로 한국 남성들의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보기 드물게 강하다는 점이 간과되기도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 세계 10위 권의 한국 경제는 자식과 가족을 위해서라면 염치없다는 핀잔을 들으면서도 앞뒤 가리지 않는 억척 '아줌마 정신'과 '내 가정은 내가 책임진다'는 남성들의 책임 의식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한국의 아버지들은 괴롭다. 끝없이 치열한 경쟁, 기술과 정보화가 발달할수록 줄기는커녕 늘어나는 업무량과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는 업무 속도, 짧아지는 정년 등으로 까딱하면 낙오하기에 십상이다. 

 가정을 지키려는 아버지들이 직장에서 감내해야 하는 굴욕과 눈물이 어떤 것인지는 이제 아내와 아이들도 안다.
 연전에 돌풍을 일으킨 '피로사회'의 저자 한병철 독일 베를린예술대학교 교수가 간파했듯이 그들은 "영혼이 사라져버릴" 정도로 피곤하다. 한국 남성들의 무한 책임감은 여성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기에 가능하고, 가정의 유대가 약해지는 세태 변화에 따라 앞으로는 지금과 같지도 않을 것이다. 젊은 부부들은 이미 각자 딴 주머니를 찬다지 않는가. 

 남성들의 든든한 책임감 위로 양성평등 문화가 꽃피고 남녀 차별을 없애는 법적, 제도적 혁신이 이뤄지면 한국은 부자 나라가 아니라도 살만한 곳이 되지 않을까.
 어느 저녁 자리에서 이런 화제로 '알고 보면 한국 남자가 명품이야'라고 좀 과하다 싶은 농담(?)을 했다가 아니나 다를까 남녀 좌중들로부터 별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 대신 집에서 남녀가 평등하지 않잖아' '남편이 훌륭한 분인가 봐요' 등의 반격이 바로 들어왔다. 이렇게 물어보면 어떨까. 한국 남성들이여, 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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