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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하임의 길, 코피 아난의 길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6월 02일(목) 15:20
↑↑ 황재훈 연합통신 논설위원
ⓒ 경북연합일보


정치권을 한바탕 흔들었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5박 6일 방한 행보가 끝났다. 거의 매년 한국을 찾은 그였지만, 어느 때보다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을 끈 방한이었다.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심심치 않게 제기돼 온 이슈였다. 이 때문에 그를 아는 많은 이들은 반 총장의 대권 도전 가능성 자체보다 이번 방한 기간 나온 예상보다 강하고 빨랐던 그의 '언급' 배경을 더 주목했다.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국민으로서 역할을 더 생각해 보겠다"는 방한 첫날 언급은 매사 신중했던 그의 지금까지 모습과는 너무 달랐다. 

 반 총장은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국내에서 행동에 대해 과대해석하거나 추측하는 것은 좀 삼가, 자제해 주시면 좋겠다", "방한 중 활동과 관련해 오해가 없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액면 그대로 이런 요청을 받아들이더라도 의문은 남는다.
 반 총장 이전 유엔 사무총장을 지낸 인물은 총 7명이 있다. 임기 중 비행기 사고로 순직한 2대 다그 함마르셸드를 제외한 나머지 6명의 퇴임 후 행보는 거의 반반씩 갈렸다.

 4대 총장인 쿠르트 발트하임은 퇴임 4년 후인 1986년 오스트리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 뒤 대통령직(1986∼1992년)을 맡았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이 되기 전인 1971년에도 대권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데, 퇴임 후 대선 재수에 나선 셈이었다.
 페루 출신인 5대 총장 하비에르 페레스 데 케야르도 퇴임 4년 후인 1995년 대선에 출마했다. 그는 당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에 패했지만 이후 2000∼2001년 총리직을 맡았다. 초대 총장인 노르웨이 출신의 정치인 트리그브 할브단 리도 퇴임 후 오슬로 주지사와 산업부장관, 무역부장관 등을 역임했다. 이들 3명은 정계로 복귀·진출했거나 정부직을 맡는 선택을 했다.

 나머지 3명은 퇴임 후 비정부기구나 연구단체 등에서 활동했다. 반 총장 직전 사무총장인 가나 출신의 코피 아난은 가나에서 차기 대통령감으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출마하지 않은 채 2007년 비영리기구 코피 아난 재단을 만들어 활동했다. 그는 2012년 시리아사태 국면에서 유엔 특사로 파견되는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도 이어갔다.
 미얀마 외교관 출신이던 3대 총장 우 탄트도 퇴임 후 미국의 애들레이 스티븐슨국제문제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을 맡아 집필과 국제개발 홍보에 전념했고, 미국과 마찰을 빚은 끝에 재임에 실패했던 6대 총장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는 퇴임 후 불어권 국가들의 기구인 프랑코포니 사무총장직을 맡았고, 비정부기구에서도 활동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온갖 추측이 나오고 있지만, 퇴임 후 전직 총장들의 행보 중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반 총장의 추후 '결정'을 지켜보도록 하자. 다만 많은 이들은 그의 대권 도전 여부와는 별개로 7개월 남은 유엔 사무총장직의 성공적 마무리를 기대하고 있다. 반 총장 본인도 한국을 떠나기에 앞서 "국민 여러분께서 제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말한 대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선 주변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누구보다 본인의 각오와 처신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번 방한으로 의도했든 안 했든, '반기문 대망론'은 국내에서 당분간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크다. 그가 유엔으로 돌아가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치권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차단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반 총장은 그간 뉴욕을 찾는 한국 인사들의 면담 요청에 바쁜 시간을 쪼개 적지 않게 응해왔다. 그게 한국인 최초로 유엔 수장에 오른 그가 할 수 있는 고국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가 가만히 있으려 해도 주변에서 가만두지 않을 공산이 크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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