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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문화콘텐츠의 보고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17일(화) 16:40
↑↑ 문무학 문학박사
ⓒ 경북연합일보

기차는 콘텐츠한 콘텐츠다. 이런 문장이 성립하는 것은 영어의 콘텐츠(Content)가 여러 의미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콘텐츠는 내용, 용량, 함유량, 부피 등의 의미를 갖기도 하지만, 만족시키다. 만족하다. 기꺼이, 찬성하는 의 뜻도 갖고 있는 것이다. 기차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이 여행이지만 이 연상을 이용해서 매우 다양한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
 현대 문화 흐름의 한 양상을 OSMU(One Source Multi Use) 라고 말 할 수 있다. 이는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말한다. 지금은 기차를 오로지 교통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것은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기차는 예술과 참 많은 관련이 있다. 소재로 워낙 많이 이용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차는 1899년 9월 19일 개통한 경인선이다. 경부선은 그로부터 5년 후인 1904년에 개통되었고, 4년 후인 1908년 최남선은 7.5조 창가의 효시가 되는 '경부철도가' 를 신문관에서 간행한다.
 "우렁차게 토하는 기적 소리에/ 남대문을 등지고(서울역) 떠나 나가서/ 빨리 부는 바람 같은 형세니/ 날개 가진 새라도 못 따르겠네.// 늙은이와 젊은이가 섞여 앉았고/ 우리네와 외국인 같이 탔으나/ 내외 친소(親疎) 다 같이 익히 지내니/ 조그마한 한 세상 절로 이루었네." 라고 노래했는데, 총 67절로 이루어졌다.
 기차는 문학 작품 속에 참 많이 등장한다. 문학뿐만 아니라 음악, 그리고 영화에서도 소재로 선택되고 있다. 

 문학에서는 톨스토이의 많은 작품 속에서 연기를 폴폴 내며 시베리아 벌판을 횡단하는 기차가 자주 등장한다. 음악으로는 그리스 민요 아그네스 발차의 '기차는 8시에 떠나네.', 요한 스트라우스의 폴카 '관광열차', 기차의 칙칙폭폭 소리를 묘사한 프랑스 작곡가 오네게르의 '태평양 231열차' 등이 있다. 영화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기차가 이렇게 여러 예술 장르와 가까운 자리에 있는 것은 역이라는 매개가 있고 그 곳에서 새로운 만남과 이별이 있기 때문일까? 기차하면 설레는 마음 숨기기 어렵고, 기차하면 공연히 쓸쓸해지기도 한다. '사람이 그리우면 기차를 타라' 고 외친 시인도 있지만 예술과 기차는 가까워질 수밖에 없겠다 싶기도 하다. 
 
 최근 우리 지역에서도 기차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하고 있다.
 '신의 물방울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여 와인열차를 운행한 청도와 달성군의 사업이, 서울 사람들을 청도로 달성으로 부르는 좋은 콘텐츠가 되었다. 기차를 타고 가며 와인 한잔, 참으로 낭만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말만 들어도 낭만을 실은 기차가 나를 태우러 오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겠다.
 필자는 5월 연휴 대구에서 부산광역시 기장까지 완행열차를 타고 가며 책을 읽는 이벤트를 벌였다. '리딩 트레인(Reading Train)' 이라고 이름 붙여 18명이 함께 했다.
 기차를 타고 가며 책을 읽고, 돌아올 때는 소형버스를 타고 오며 읽은 책에 대한 토론을 벌인 것이다. 기차를 타고 책을 읽는 분위기에 젖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책 읽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는 의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깊게 오는 감동은 절대로 요란스럽게 표현되지 않는다. 그런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보다가 잠시 눈을 들면 아름다운 5월의 산천이 펼쳐졌다. 책을 읽다가 산천을 읽다가 그렇게 눈길 옮기다 보니 시간이 언제 흘러버렸는지 모를 정도였다.
 기차를 타고 가며 와인을 마시는 그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렇게 기차를 타고 가며 책을 읽으면 낭만과 함께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으리라. 그리하여 우리네 영혼의 근육이 튼튼해질 것이다. 기차, 참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실을 수 있는 콘텐츠의 보고(寶庫)가 아닐 수 없음을 새삼 느낀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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