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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난 아이 이제 우리가 키우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12일(목) 15:07
↑↑ 최재석 연합통신 논설위원
ⓒ 경북연합일보

'입양은 아동의 가장 근본적인 권리를 존중하고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이뤄져야 한다'
 '원 가정 보호가 원칙이며 원 가정 보호가 불가능할 경우 국내에서 보호할 수 있는 가정을 찾고 그래도 없으면 국제입양을 한다'
 정부가 정한 '입양의 날(5월 11일)'에 다시 찾아본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의 주요 내용이다. 아동은 되도록 태어난 가정에서 자라도록 하고 안되면 국내 입양을 우선하라는 얘기다. 한국은 2013년 이 협약에 가입했다. 하지만 2015년 통계를 보면 입양을 허가받은 아이 1천57명 중 374명(35.4%)이 해외입양이다. 지금도 해외입양이 전체의 3분 1을 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외국에서 좋은 양부모 밑에 훌륭하게 자라 사회적 명사가 된 한국계 입양아 소식을 종종 접한다. 올 2월 프랑스 개각에서 입각한 장 뱅상 플라세 국가개혁부장관, 그리고 퇴임한 플뢰르 펠르랭 전 문화통신부장관은 대표적인 사례다. 플라세 장관은 지난달 한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국이) 나를 버렸다는 배신감이나 고통에서 살았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그 후 한국을 방문하고서는 "한국과 화해했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쌍둥이로 태어나 생후 3개월 만에 미국과 프랑스로 각각 입양된 후 25년이 지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재회한 자매 사연도 한동안 화제가 됐다. 한국계 미국 입양아 출신으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토비 도슨도 여전히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이런 이야기가 마냥 감동적이지만은 않다. '아픈 역사'를 일깨워 씁쓸한 기분만 오래 남긴다.

 해외 입양아 중에는 문화적 차이 등으로 정체성 혼란을 겪어 입양국가에 적응하지 못하고 취약계층으로 전락하거나 국내 정착을 위해 돌아왔지만, 적응에 실패하고 되돌아가는 사례가 적잖다. 양부모로부터 버림받거나 학대받은 사건도 가끔 외국 언론을 탄다.
 2013년 2월에는 미국 메릴랜드 주에서 입양된 지 3개월 만에 '현수'라는 이름의 세 살배기 한인 입양아가 양아버지에게 폭행당해 숨진 사건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해외입양은 현대사에서 6·25 전쟁의 고통스러운 산물이었다. 전쟁고아의 해외입양이 시작된 이후 작년까지 무려 16만6천512명(보건복지부 통계)이 외국인 부모의 품에 안겼다. 그러는 사이 세계 '최대 아동 수출국'이라는 오명도 한때 얻었다. 정부가 2005년 '입양의 날'까지 정하고 국내 입양 캠페인 등을 벌여 해외입양이 예전보다는 많이 줄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해 수백 명이 태어난 한국에서 자라지 못하고 외국으로 보내진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서 생존조차 힘들었던 때 그나마 입 하나라도 줄이기 위해 젖먹이를 외국으로 보낼 수밖에 없었던 가정이 많았다.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으로 혼자 가정을 책임져야 했던 아내는 남은 가족을 위해 철모르는 막내 아이를 업고 입양기관을 찾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경제 강국임을 자랑하고 있다. 이제는 이 땅에서 태어난 아이는 우리 사회가 책임져야 하지 않겠는가.

 심각한 저출산 시대에 미혼모 문제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할 수 있다. 한 달 전쯤 한 국책연구원장이 전해준 얘기가 생각난다. 본인도 전직 보건복지부 장관한테 들은 이야기라면서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낙태 때문에 세상의 빛을 못 보는 생명의 수가 일반인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훨씬 많다고 했다. 따라서 미혼모에 대한 사회 인식이 바뀌고 정부 지원만 잘하면 저출산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하더라도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만들어지면 더 많은 아기가 태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 유럽은 혼외출산이 전체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기피하는 젊은이가 갈수록 느는 지금 그냥 흘려들을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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