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현경숙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정부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한다며 국민에게 다시 희생을 요구하고 있다. 당국자들은 구조조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이번에는 성공할 터이니 믿어달라고 강조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 겪었던 대량 실업의 공포와 기업들의 줄도산을 연상시키는 이번 부실기업 사태는 '정부는 도대체 지금까지 뭘 하고 있다가 또 국민에게 손을 내미나'하는 의구심을 낳을 만하다. 정부 금융위원회 주도로 추진되는 구조조정의 핵심 대상 업종은 조선과 해운이다. 그중에서도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한진해운이 '뇌관'이다.
세 기업 구조조정 실행 기관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다. 그런데 이 3사와 산은, 수은의 경영 행태를 보면 기가 막힌다. 대우조선, 현대상선, 한진해운은 무얼 믿고 이렇게 빚을 끌어다 댔는지, 빚으로 나라가 망할 뻔한 'IMF 위기'의 교훈을 벌써 잊었는지 보통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대우조선은 부채가 18조6천억 원에 이른다. 부채비율은 2014년 453%에서 지난해 말 7천308%로 치솟았다. 한진해운은 부채 5조6천억 원, 부채비율 847%이다. 현대상선은 부채 5조6천억 원, 부채비율 2천6%이다.
해운업계는 배를 빌려 쓰는 용선료를 현재 국제시세보다 5배 이상 비싸게 지불하고 있어, 두 기업을 혈세로 지원하면 이 돈이 모두 해외 선주들의 주머니로 들어갈 지경이라고 한다. 한진해운은 장기 계약에 묶여 연간 1조 원 이상을 용선료로 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이 주인이다. 대우조선은 산은의 관리 감독을 16년 동안이나 받았는데 거액의 빚을 지고 다시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랐다. 그런데 구조조정을 다시 산업은행을 통해서 하겠다며 정부는 산은에 재정을 투입하거나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내 지원하겠다고 한다.
산은과 대우조선의 도덕적 해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00년 산은 자회사로 편입된 대우조선은 2013, 2014년 영업손실 2조 원을 분식 회계해 각각 4천242억 원, 4천543억 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허위 보고했다. 산은과 수은은 그간의 부실기업 구조조정 실패로 자체가 부실해졌다. 해운·조선업체 대출금만 산은 8조3천800억 원, 수은 12조8천400억 원 등 21조 원 이상이다. 정부는 2012년 이후 수은에 3조 원 이상 출자했지만, 추가 자금 지원이 불가피해졌다. 산은은 부실기업 자회사를 370여 개 거느리고 있다. 산은은 이 부실기업들을 구조조정하는 대신 퇴직 임원들을 낙하산 인사로 내려보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퇴직자들이 자회사나 대출업체로 옮겨간 낙하산은 100여 명에 달한다. 이들이 내려간 기업 중 상당수가 추가 대출이나 부채 만기 연장을 받았다. 대우조선의 경우 2004년부터 특별한 실적도 없이 거액의 연봉과 돈을 받은 자문역이 60명에 이른다.
산업은행 출신 4명, 수출입은행 출신 2명, 국가정보원 출신 2명, 방위사업청 출신 1명, 해군 장성 출신 3명이 대우조선의 자문역을 하면서 돈을 받았다. 2008년부터 산은 부행장들이 대우조선의 재무 최고책임자를 맡고 있었는데 부실이 커지는 것을 막지 못한 것은 무능인지, 고의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대우조선은 3조 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낸 지난해 당시 사장이 21억 원이 넘는 보수를 챙겼다. 직원들은 평균 7천만 원 이상의 고액연봉과 900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산은과 대우조선은 국민 혈세를 지원받으면서 높은 연봉, 자리 나눠 먹기 등으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것이다. 대우조선을 또다시 혈세로 지원한다면 저소득 서민이 고소득 경영자와 직원들을 먹여 살리는 꼴이다. 국책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은 계량적으로도 증명돼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 결과 국책은행이 한계기업 구조조정에 나서는 시점은 일반은행보다 2.5년가량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 구조조정 전문가가 별로 없고, 산은이 그중 가장 나은 구조조정 전문기관이다"라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말이 틀리지 않겠으나 산은과 수은에 구조조정을 맡겨도 되는지 회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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