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람다운 진실한 삶, 자신을 버리고 비워내야"
부처님 오신 날 앞두고 만난 '불국사 주지' 종우 스님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10일(화) 19:56
|
|
|  | | | ↑↑ 종우 스님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자신을 버리고 비워내야 진실한 삶을 살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 | ⓒ 경북연합일보 | |
우리 속담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因緣)'이라고 한다. 그러나 옷깃을 스치는 만남으로 사람들 사이에 인연이 시작은 되겠지만, 반드시 아름다운 인연으로 이어지거나, 화합과 평화로 귀결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어머니 복중에서부터 손을 잡고 나온 쌍둥이조차 원수가 되고, 형제간에 피비린내 나는 분쟁으로 온 사회를 갈등의 도가니로 몰고 가기도 한다. 이처럼 인연은 애초 얼마나 가까웠느냐에 달려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우연한 만남을 소중히 여겨 자신을 비워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함으로써 진정한 자신의 존재감을 발현할 수 있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나 체면을 접어둔 채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상대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이웃집 잔치에 참여해 함께 축하해주는 것은 가장 평범해 보이지만 가장 성자다운 삶이 된다. 오는 14일 불기 2560년 '부처님 오신 날'을 며칠 앞두고 경주 불국사 주지 종우 스님(65)의 '인연을 소중히 가꾸는 삶'이 팍팍한 삶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잔잔한 감동과 교훈을 주고 있다.
◇ 제삼교회 신영균 목사와의 이어지는 인연 지난해 12월 24일 성탄전야에 종우 스님은 경주시내에 위치한 제삼교회를 찾았다. 키보다 더 큰 크리스마스 트리가 종우 스님과 함께 왔다. 트리에는 'MERRY CHRISTMAS'가 적혀있었다. 종우 스님은 제삼교회 신영균 담임목사와 다과를 함께 하면서 아기예수 탄생의 의미를 주제로 이야기하며 화합을 다졌다. 이를 본 교인들과 시민들은 "불국사 주지 종우스님이 관내 교회를 찾아 아기예수 탄생을 축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앞으로 경주지역 종교간 화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제삼교회 신영균 목사 일행은 지난 9일 불국사를 찾았다. 답방 차원의 이번 방문에는 잘 피어난 '호접란' 화분이 신 목사와 함께했다. "호접란은 꽃이 100일 간다는 말에 가지고 왔다"는 신 목사의 말 속에는 종교를 떠나 화합과 우정이 변치 않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임진출 전 국회의원이 이들 만남의 가교역할을 했다. 보문단지 콜로세움 허숙자 대표와 K포럼 이재선 국장이 동행했다. 이들의 인연은 지난해 경주문화엑스포 폐막특별공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일음악제 개회선언을 맡은 종우 스님은 화합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단독 선언보다는 기독교 대표들과 공동 선언을 원했다. 그래서 천주교 대구대교구 조환길 대주교와 제삼교회 신영균 목사가 흔쾌히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그날 1천여명의 연합합창단은 화합과 통일의 웅장한 하모니를 백결공연장에 울렸다. ◇ 월산 스님과의 만남...오랜 참선의 세계로 대한불교 조계종은 2014년 9월 제11교구 본사 불국사 주지에 종우 스님을 임명했다. 종우 스님은 월산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1980년 사미계를 받았다. 불국사선원 선원장, 분황사 주지를 역임했다. 1천5백년 역사의 불국사 주지는 대한민국 대표 주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종우 스님이 불국사에 입적한 1979년 이래 35년만이다. 그때 종우스님은 "선임 주지 스님의 뜻을 받들어 이어가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현 시대가 물질문명이 발달돼 풍요로우나 인륜과 인간성이 퇴보해 어려운 시절이다. 이러한 때 불교가 역할을 해야 한다. 앞으로 산문을 활짝 열고 사회와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취임 소감을 말했다. 종우 스님은 입대 전인 1976년께 도보여행 때 불국사에 첫 발을 들였다. 그때 만난 분이 당시 주지였던 월산 스님이다. 월산 스님은 거지꼴에다 무척 수척해진 한 청년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그 청년은 전라북도 정읍 고부 출신으로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당시의 시대상과 마찬가지로 그 청년은 인생의 깊은 고뇌에 빠져있었다. 이처럼 월산 스님과의 인연은 그 청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그는 군 제대 후 불국사로 돌아와 1980년에 정식 출가해 동안거, 서안거를 거치며 참선을 일상으로 삼았다. 지금 불국사 주지 집무실에는 불국사를 재건했던 스승 월산 스님의 사진이 걸려 있다. 또 종무실에는 박정희 전대통령이 여고생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종을 치고 있는 흑백사진도 걸려 있다.
◇ 비움의 삶 강조…"특별한 사람 없다" 젊은 날의 번뇌를 뒤로하고 수도의 삶으로 일관해 온 종우 스님은 "자신을 버리고 비워내야 사람다운 '진실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물질만능과 배금주의가 만연한 세태를 극복하는 방안이 먼 곳에 있지 않고 자기 자신 속에 숨겨져 있다는 의미다. 그는 "종교와 인종을 초월해서 누구를 막론하고 선행을 해야 한다"며 "모든 종교가 바른 길로 가는 것을 가르치고 있는 만큼, 이론이나 수행 그리고 지식의 유무 보다는 지혜로운 삶을 살 것"을 강조했다. 그는 또 술이나 마약 중독자를 실례로 들며 "스스로 고통과 재앙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어려운 만큼 성자나 철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스스로도 양심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각'을 통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별한 사람이 없다"고 소회했다. 가정의 달을 맞아서 그는 "자기 자신이 바로 서면 가정도 밝아진다"며 "자녀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부려서는 안된다. 열심히 하는 것과 욕심부리는 것은 다르다"고 가정에서 서로에게 탓을 하는 삶이 되지 않기를 당부했다. ◇ 세계로 팔을 편 천년고찰 불국사 재창건 1995년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사적 제502호 불국사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진입로로부터 잘 조성된 경내와 이어지는 등산로에는 서구인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불국사고금창기'에 따르면 528년 신라 법흥왕의 모후 영제부인의 발원으로 시작해 통일신라 왕실의 후원으로 '대정'이라는 인물이 크게 중수하면서 청운교, 백운교, 석가탑, 다보탑 등 지금의 각종 국보들을 세웠다. '삼국유사'에서는 김대성이 현세의 부모를 위해 불국사를, 전생의 부모를 위해 석굴암을 창건했다고 기록돼 있다. 학계에서는 대정과 김대성이 동일인물이며 법흥왕 때 불국사를 창건했고, 통일신라 때 김대성이 크게 중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삼국시대로 거슬러 오르는 1천500여년 역사를 가진 불국사는 2014년 종우스님이 주지로 선출하면서 변화의 때를 맞고 있다. 25년 동안 불국사 선방을 운영해오며 불국사와 깊은 인연을 가진 종우스님은 오랜 기간 선방을 운영해온 능력을 살려 불국사의 안정과 발전을 도모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종우 스님은 "현대는 매스컴과 자료들이 넘치는 시대다. 몰라서 실천을 못하는 게 아니다"며 "종교가 사랑과 화합을 말하면서 솔선수범과 소통을 못하는 게 이해가 안된다. 불교의 가르침은 바르게 사는데 있고, 시대·지역·종교를 넘어 세계를 포용할 준비가 돼있다"고 말했다. 강병찬 기자 jameskang65@kbyn.co.kr
|
|
|
경북연합일보 기자 - Copyrights ⓒ경북연합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
|
|
|
|
|
실시간 많이본 뉴스
|
|
|
|
|
최신뉴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