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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바다ㆍ늘 푸른 산야 나를 반기네
- 경주 양북면 해파랑 사잇길 트래킹 스케치
완만한 산세 형성…솔숲 깊고 솔향 그윽
정상에 서면 빼어난 조망, 대자연의 선물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09일(월) 19:27
↑↑ 해파랑 사잇길을 걷다 보면 봉길리 해수욕장과 문무대왕릉이 펼쳐져 햇살과 함께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 경북연합일보

↑↑ 해파랑길에서 파생된 사잇길인 양북 이견대에서 양북 시장까지의 탐방로. 이 곳은 소나무 숲이 우거져 가면 갈수록 솔 향이 눈과 몸을 시원하게 한다.
ⓒ 경북연합일보

경주에는 수많은 숨은 산책로들이 있지만 바다와 산이 만나고 먹거리가 있는 산책로를 찾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조건을 갖춘 대표적인 산행길은 바다와 파도와 낭만의 길인 해파랑길이다. 이 해파랑길은 동해안 전체에 걸쳐 펼쳐져 있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중 잘 알려지지 않은 해파랑길에서 파생된 사이길인 양북 이견대에서 양북 시장까지의 탐방로를 소개한다.



 양북면에 있는 이견대로 가는 동해안길을 따라 바다를 뒤로하고 바라보면 산을 향해 작은 오솔길이 나있다. 이곳을 오르는 돌 받침에 해파랑길이라 표시되어 있다. 낮은 구릉을 지나 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 산길 입구에서 오솔길에 접어들면 15분여 동안 깔딱 고개가 탐방객을 맞는다.
 산을 찾는 산객들을 위해 이 산은 숨결의 깊이와 넓이를 키워 적절한 호흡을 가다듬고 근육을 경직시켜 등반을 준비시킨다. 숨결이 가다듬을 즈음 하늘이 보이며 넓은 시야가 펼쳐져 있는 산등성이에 올라선다. 이즈음이 20분이 지난 시간이다.
 왼쪽를 보면 봉길리 해수욕장과 문무대왕릉이 펼쳐져 햇살과 함께 탁 트인 바다를 볼 수 있다. 이 산행의 첫 번째 선물이다. 이곳에는 3기의 분묘가 따사로운 햇살 속에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동행의 재촉하는 뒷모습을 보며 사진기에 길과 바다와 산을 담아본다. 잠시의 여운과 아름다운 전경을 뒤로 하고 다시 산길 속을 들어선다.
 산정상의 산길은 비교적 시원하게 잘 닦여 있어 걷기에는 불편이 없다. 이곳 산은 해발 150m에서 200m이다. 높지 않은 산세에 완만한 곡선을 가지고 있는 산길이 매력을 더 한다.
 소나무 숲이 우거져 가면 갈수록 솔 향이 눈과 몸을 시원하게 보담을 재쯤 일행의 발길이 멈춰지고 무언가를 가러킨다. '뜸북재' 라고 적은 표시돌이 나온다. 옛날에는 뜸북이가 들어 보인 모양이다. 이곳 재를 넘으면 본격적인 산행에 들어간다. 이곳에서 감은사지 팻말이 나올 때까지는 완만한 능선과 고개 길을 하늘과 그림자와 함께 숨소리에 발맞추며 한 땀을 뺄 때 까지 걷기에 좋은 곳이다.
 왼쪽으로 실루엣처럼 빼곡한 가지사이로 감은사지가 보일 때 40여분이 지나 여정의 3분에 1즈음이다. 어느 단체에서 나무에 걸어 놓은 글이 눈에 들어온다. '오직할 뿐', 현대인들의 가장 큰 병이 생각이 많다는 것이다. 이글은 생각을 버리고 온전한 마음으로 오직 지금을 행하라는 말. 내게는 적절한 충고이다. 생각을 버리자. 그리고 행하는 것에 오직 일심을 담자. 버리라는 건 갖는 것과 같은 말이다. 온전한 하나를.
 일행의 뒷모습이 사라진 곳에 큰 외침이 화살처럼 내 귀를 때린다. '빨리 안와' 소음이 들린다. 서두른 산길에 이곳 탐방 길을 찾은 단체들의 휘장이 당수나무의 깃대처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그 뒤를 지나니 대나무 숲이다. 한 시간이 지났다. 대나무의 차가운 기운이 쌀쌀한 날씨와 손잡고 재잘 되지만 그리 싫지 않다. 산행의 결실이 이마에 매달려 시원한 바람이 그리워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팻말이 문무대왕로(남은거리 41km)를 가리키고 있다. 이 지점이 1시간 20분이 지났고 주위의 산봉우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때. 걸어며 물과 과일을 나눈다. 멈추면 추운 탓도 있고 남은 거리가 멀다. 이제 반이다. 몇 개의 봉우리를 넘은지 모르지만 자연환경에 티끌처럼 길가에 남아 있는 제선충 작업의 잔해와 쓰레기, 어우리지 않은 산중의 판낼집, 철 구조물 등이 정비되기를 바래본다.
 걷다보니 넘을 고개가 남아 있지 않을 듯 보이는 봉우리에서 등산객들을 만난다. 트럭이 보이고 사람들이 시원스레 막걸리 한잔을 들이킨다. 바라는 마음일까. 반가이 인사했지만 돌아 오는 건 반가운 인사뿐. 욕심을 낼 걸까. 일행의 헛웃음에 길을 가자니 위로 하듯 때 잃은 진달래가 반긴다. 발그레 상기된 자태가 시절에 속아 핀 속내를 들어 낸듯하다.
 내리막길을 걸어 산을 내려오는 길은 평탄한 대로여서 차도 들어 보인다. 산을 뒤로 하고 주린 배를 달래려 양북 시장의 명물인 왕릉 국밥집을 찾았다. 산에서 아쉬웠든 막걸리를 먼저 시켜 시원하게 목을 축이고 이 집의 자랑인 시래기찌게. 30년 손맛이 깃든 시골밥상에 절로 즐거워진다.
 양북을 뒤로 한 차속에 누인 몸은 피곤하지만 되돌아보니 걷는 가운데 일어나는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 일 때 땀 흘려 걸어온 길이 힘들기보다 마음의 한곳에 꼬불꼬불, 오르락 내리락 땀의 의미가 새겨진다.  권민수 기자 kms@kby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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