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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芝蘭之交)의 삶을 그리며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5월 08일(일) 15:34
↑↑ 박정웅 행정학 박사
ⓒ 경북연합일보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에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들머리 글이다. 이 시를 접하는 순간 그냥 맘의 여유로움을 느끼는 것은 왜서일까? 거기에는 생활의 가식이 없다. 허물없이 찾을 수 있는 친구처럼 다정한 이웃이기에 불쑥 찾는 것도 이웃이 내 맘 같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들은 현대의 물질문명에 찌든 생활의 무게 때문에 늘 자신도 모르게 짓눌리는 삶의 멍에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이 일상인의 생활상이다.
 현대는 고도로 발달한 물질문명의 첨단에서 오직 일상에 얽매여 기계처럼 작동하는 자신의 삶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일상인들의 표상이다.
 옛날처럼 산골마을에서 십여 리의 계곡 길을 빠져나와야 멀리 바라보이는 학교를 향해 매일 아침 뜀박질하던 등교 길도, 어둠 컴컴한 방 안의 호롱불에 책 읽기조차 어려웠던 시기를 오늘날 첨단과학의 해택을 받고 사는 컴퓨터 세대의 아이들에게는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처럼 우습게 들릴 뿐이다.

 지금처럼 고도로 발달한 IT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이웃 친구와 얘기하는 즐거움보다는 손 안에 쥐어 진 핸드폰이면 친구보다 더 쉽게 스스로의 뜻을 해결하는 문명의 이기(利器)를 즐기기에 더욱 편함을 느낄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마을 주변에서 친구들과 같이 즐길 것이 없었던 시절에 가까스로 작만한 대나무 막대기를 타고 골목길을 누비던 어린 날의 벗, 죽마고우(竹馬故友)의 정을 알 리도 없다. 죽마를 타고 동네골목 길을 누비다가 싫어지면 그냥 버려두었다가 다시 버려두었던 죽마를 주워 타던 어린 시절의 아스라한 추억들을 오늘날은 어디에서도 찾아 볼 길이 없다.

 그토록 같이 어울려 함께 자란 친구들이 단짝 친구로 살아가던 어린 시절의 아스라한 추억을 회상하며, 오늘날의 물질문명에 찌든 삶의 현장에서 끈질기게 부닥치는 시련을 맞을 때, 죽마를 같이 타던 어린 시절 가까이 지내며 자란 친구가 그리워짐은 현재를 살아가는 각박한 삶에서 죽마고우처럼 마음 편하게 해 주는 삶의 위안을 찾을 수가 있을까?
 아무리 각박한 일상적 삶이라도 지초(芝草)와 난초(蘭草)같이 인간의 향기로움이 배여 있는 삶을 잠시라도 즐길 수 있는 일상이라면 천만금을 얻는 것 보다 더 큰 생활의 보물이 될 것이다.

 지란지교를 꿈꾸는 삶은 생활인의 일상에서 꼭 많은 사람이 아니더라도 좋다. 시도 때도 없이 그냥 내가 기대기도하고 때로 찾아 주는 한 두 사람의 정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의 아름다운 정으로 이어지는 삶의 소중한 가치이기에 인간적인 여유자적을 느끼는 것으로 아무나 갖는 행복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 지초와 난초 같은 향기로움은 그 맑고 깊은 정의 뜻으로 다듬어 진 인간다움의 정이기에 거기에는 너와 나의 가치로 연결된 값을 치루는 거래가 아니다. 진실로 인간다움의 아름다운 정으로만 이어지는 지교(之交)가 있을 뿐이다. 

 가끔 일상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주변에서 나를 찾아주는 친구가 있음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를 생각해 보아라. 그리고 때로 내가 다가가서 흉·허물을 감싸줄 친구가 있음을 그려 보아라.
 삶은 그냥 주어진 생명의 연장만이 아닌 것, 그 생명을 이어 갈 동안 반드시 크고 값진 삶이 아니었어도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친구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관포지교처럼 우정이 돈독한 나를 진정으로 챙겨주고 아껴주는 친구를 가까이에 두고 삶의 행복을 가꾸어 나가야 함이 진정한 삶의 길이 아닐까.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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