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문무학 문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5월이 부산하게 시작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및 정부 기관들이 5월 1일부터 14일까지를 여행주간으로 선포하고 떠나라고, 떠나라고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좋은 계절, 신록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판인데 정부가 나서서 중간에 끼인 평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면서까지 떠나라고 하니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여행이 국민의 의무도 아닌데 마음 편치 않을 지경이다. 여행주간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광의 활성화와 내수시장 확대, 여름철에 집중된 휴가 분산 등을 위해 봄과 가을에 일정한 시기를 정해 관광을 장려하는 제도로 2014년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작년까지는 관광주간이라고 하더니 올해부턴 또 여행주간이라고 하면서 여행을 가기만하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아무 걱정 말고 집을 떠나서 여행을 하며 돈을 쓰라고 한다. 관광은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풍경, 풍물 따위를 구경하고 즐김의 의미를 갖는다. 관광이란 말은 원래 주역 '관괘(觀卦)의 관국지광 이용빈우왕(觀國之光 移用賓于王-왕의 손님으로 후한 예우를 받아 그 나라의 빛나는 문물을 살핀다.)'라는 구절에서 온 말인데 '조선 시대에 과거를 보러 가는 길이나 그 과정을 이르는 말인' 한국 한자어 관광(觀光)은 같은 기원에서 온 말일 터이나 우리 사전에서는 한국 한자어의 형성 과정을 별개의 단어 형성 과정으로 보아 이 둘을 별개의 표제어로 가른 것이다.
여행은 자기가 사는 곳을 떠나 유람(아름다운 경치나 이름난 장소를 돌아다니며 구경함)을 목적으로 객지를 두루 돌아다닌다는 의미다. 문광부가 관광주간이라고 하던 것을 여행주간으로 바꾼 것은 어휘 사용의 측면에서는 잘 한 일이다.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서 무엇을 보겠다는 의미가 강한 것이 관광이라면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여행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여행 주간을 설정하는 목적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가지만, 지나치게 권유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지금 정말 전 국민이 여행이나 가서 흥청망청 돈이나 쓰면 되는가, 그리고 관계에서 그 말썽 많은 골프까지도 마음 편히 치게 해 주는 것들이 과연 적절한 일인가 싶은 생각을 버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계속 온갖 무기 실험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고, 총선을 끝낸 정치판도 안정되지 않았고, 해운과 조선업의 구조조정 운운 등 국민은 사실 불안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여행이나 가라고 권유하고 있으니 어리둥절하기까지 한 것이다. 정부가 5월 6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것은 여행주간 설정의 뜻에 맞추기 위해서지만, 여행주간 설정이 되어 있다면 연초에 그런 것이 결정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어떻게 해서 여행주간이 다 되어서 결정하고 발표하는가. 연초에 하면 국내여행은 안 하고 해외여행 한다고 그러는가? 그럴 리야 없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야말로 꼼수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과연 바람직할까? 여행가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여행가고 싶어도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못 간다. 돈이 첫째일수도 있지만 시간일수도 있고, 가족들과의 관계 때문에도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이다. 학생들도 그런 분위기에 젖어 공부하기 싫어하면 어쩌나 싶고, 일하던 사람도 근로 의욕을 상실하게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런 걱정들, 일중독에 걸린 산업화시대를 살던 사람이라 그럴까? 정말 떠나기만 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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