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최재석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한반도 위기의 초(秒)시계가 멈추지 않고 째깍거린다. 마주 보고 내달리는 정면충돌 직전의 기차에 탄 듯하다. 북은 핵과 미사일 도발을 그칠 줄 모른다. 남은 강한 대북 제재와 압박의 결기가 여전하다. 평화의 기운이라곤 한반도 어디에도 없다. 다음 달 6일 북한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인 당 대회를 앞두고 5차 핵실험 조짐은 좀체 사그라지지 않는다. 한반도가 전쟁과 평화의 갈림길에 또다시 섰다. 이 상황에서 우린 무얼 하고 있는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검을 뽑고 활시위를 당겨놓은'(劍拔弩張·검발노장) 상황으로 화약 냄새가 가득하다"(3월 8일 기자회견)고 한반도 상황을 비유했다. 미국 쪽에서 나오는 북한 관련 언급은 예사롭지 않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입에서 "북한을 파괴할 수 있다"(4월 26일 미방송 인터뷰)라는 말이 나왔다. 한국을 생각해 섣불리 행동에 나설 수 없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전에 없이 날 선 대북 압박발언이다.
마크 토너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4월 26일)에서 북한이 추가 도발하면 "다른 대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한·미·일 3국이 '군사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4월 20일 로이터 보도)고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이 검토했던 '북한 영변 핵시설 폭격' 시나리오를 떠오르게 한다.
작년 12월 나온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의 회고록 '핵 벼랑에서의 나의 여정(My Journey at the Nuclear Brink)'의 내용을 보자. 당시 페리 장관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거부하자 군부에 영변 핵 시설에 대한 '외과수술식 공습(surgical strike)' 계획 입안을 지시했다. 북한이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사용 후 연료봉을 인출해 재처리를 준비하는 시점을 '디데이'로 잡았다. 재처리 시설 정밀 타격은 방사성 물질을 유출하지 않을 것이고, 크루즈 미사일로 원거리에서 공격하면 미군 피해도 거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북한이 미군 기지를 포함한 남한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위험성이 제기됐다.
우리는 지금 한반도 위기 상황에 너무 무감각하지 않은가. 위협의 일상화가 막연한 기대를 낳았다. 외교·안보 당국에 묻고 싶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이 초읽기에 들어갔는데 미국과 중국 쪽만 쳐다보고 있는가. 한국이 이용할 수 있는 대북 레버리지는 초라하다. 그래도 국가와 민족의 사활이 걸린 당사자인 한국이 더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어떤 나라도 우리를 대신하지 않을 것이다. 솔로몬의 지혜를 모으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지켜보는 국민은 불안하고 안타깝다. 올해 초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응한 역대 최강의 대북 제재가 지금까지는 김정은 정권의 도발을 저지하기에 역부족인 듯하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북한이 어느 정도 감당할 수준이면 핵과 미사일 도발은 계속된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정말로 북한의 고통을 야기할 수 있는 제재를 중국이 해야 한다"(4월 27일 국제관계 포럼)고 말했다. 지금 수준의 제재가 오히려 북한 정권과 주민 간 결속을 강화하고 핵 능력만 제고시키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북한이 각종 도발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연례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이달 말이면 종료된다. 5차 핵실험이라는 큰 변수가 있지만 북한 당 대회가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의 대치 국면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적잖다. 북한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압박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 정교한 전략이 요구되는 때다. 북한에 더 센 회초리를 들 것인가. 아니면 회초리와 함께 당근을 내밀 것인가. 또 다른 선택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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