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권영석 연합칼럼니스트 | | ⓒ 경북연합일보 | |
성군(聖君)의 성스러울 성(聖)자를 쪼개보면 알 수 있다. 귀 이(耳)자가 맨 앞에 나온 이유 말이다. 성군이 되려면 먼저 백성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으라는 얘기다. 그리고 백성들에게 나라 돌아가는 사정을 친절하게 잘 설명할 줄 아는 임금이 성군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여론을 대변하는 언론인들을 청와대로 불러 소통의 기회를 갖는 경우가 많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만나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정치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대통령이 되고 보니 하는 일의 70% 이상이 경제 업무라고 털어놨다.
사실 대통령의 업무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이 경제 살리기다. 국민이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대통령의 일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백성들은 나라를 무너뜨린다. 대통령이 두 번째로 살펴야 하는 것은 외교·안보다. 나라가 망하고 나면 경제도 문화도 소용이 없다. 마지막으로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 국민과의 소통이다. 나라를 제대로 이끌고 가려면 국민과 여야 정치인들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3가지 업무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차기 대통령은 어깨가 무척 무거울 것 같다. 우선 경제 문제가 간단한 일이 아니다. 2년 후 경제가 지금보다 좋아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때 가서 미루고 미뤘던 구조조정의 고름이 한꺼번에 터질 수도 있다. 겨우 붙잡고 있던 부동산 가격도 본격적인 내리막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게다가 2018년이 되면 인구절벽의 쇼크까지 덮치게 된다. 외교·안보 분야는 더 심각하다. 2018년이면 북한이 핵무기 실전 배치를 완료할 때쯤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경제가 거덜 날 지경에 있다면 북한은 죽기 살기로 덤벼들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우리가 함부로 반격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시작전지휘권을 가진 미국이 보복을 허락하지도 않을 것이다. 참다못해 반격에 나섰다가는 더 낭패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로 2차 보복을 해온다면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한미동맹과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해야 하지만 우산이 펼쳐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경제만 잘 아는 대통령은 2% 부족하다. 안보와 통일만 외치는 정치인도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경제 전문가가 차기 대통령이 된다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우리 경제를 호전시킬 수는 있을 것이다. 군사 전문가가 대권을 잡는다면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국가 안보를 다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상 뛰어난 지도자들은 특정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는 지도자들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시대적 과제는 무엇일까. 남북통일을 통해 한국 경제를 구하고 통일 한반도를 강대국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은 이런 역사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혜안과 소통력을 갖췄으면 한다. 차기 정부가 인구절벽에 대비해 동남아 외국인들을 받아들이겠다는 새로운 이민정책을 계승해도 좋다. 그러나 북한의 값싸고 뛰어난 노동력을 우리의 자본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주면 어떨까. 남한의 기술력과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이 만나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한꺼번에 풀 수 있는 시대적 혜안은 억압적인 카리스마로 얻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 드라마 '웨스트윙'에 나오는 백악관 대통령들처럼 보좌관들과 격의 없이 토론하는 분위기에서만 도출할 수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도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등장할 때가 됐다. 친근하면서도 열린 자세로 국민 대중과 소통하며 서민들의 경제난과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 일촉즉발의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한반도의 영구적 평화를 보장할 수 있는 정치인. 남북한 통일을 위해 온몸으로 시대의 역사적 과제를 실천할 수 있는 통일운동가.
이미 결정한 정책에 동의를 구하는 식의 일방적 토론은 거부했다. 다양한 계파들의 충돌을 조정하고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힘썼다.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정치인은 브란트 총리의 이런 리더십을 참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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