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최재석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4·13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이 내걸었던 공약 중 중고생을 둔 학부모들 사이에 주목을 받았던 것은 '수시모집 20%로 축소'였다. 대학 수시전형 모집비율이 70%까지 늘어 사교육을 조장하고 공교육을 무너뜨린다는 게 공약을 내건 이유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된 교과·비교과 영역과 자기소개서, 교사추천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전형은 이제 대학입시의 대세가 됐다. 서울대가 현재 고2가 응시하는 2018학년도 입시에서 입학 정원의 78.4%를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뽑겠다고 밝히는 등 주요 대학이 앞다퉈 이 전형의 비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 전형은 아직 완전히 정착한 단계가 아니다 보니 여러 논란을 낳는다. 우선 모든 계층의 학생에게 공정한가 하는 문제다. 간단히 말하면 비교과 영역(동아리·봉사·독서 활동 등)과 자기소개서를 통해 학생의 실력보다는 집안 배경이 간접적으로 부각될 수 있고, 특목고와 자사고 등 비교과 활동이 많은 학교가 일반고에 비해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사교육 문제와도 맞물린다. 서울 강남 등 일명 교육 특구를 중심으로 학생부 항목을 점검해주고 보완해주는 '학생부 컨설팅 학원'들이 성행한다고 한다. 이들 학원은 학생부를 연 단위로 관리해주고 입시 때는 자기소개서 지도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돕는다.
결국 부모, 사교육, 학교 등의 도움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상류층 학생이 이른바 '흙수저' 출신 학생보다 유리한 전형이라는 것이다.
같은 학교에서도 공정성 논란이 있다. 대학이 학생을 일차적으로 평가하는 학생부가 논란의 핵심이다. 담임교사가 주로 작성하는 학생부는 교사의 성향과 역량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학생들 사이엔 담임이 결정되는 반 배정을 로또처럼 여긴다고 한다. 학생부 기록이 계량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른 것이 아니고 정성적인 요소에 좌우되기 때문에 불신을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는 '교내 경시대회에서 같은 상을 받았는데 어떤 학생은 학생부에 자세한 내용을 올려주고 어떤 학생은 달랑 한 줄 올려준다'.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는 부모나 학부모대표로 활동하는 부모를 둔 학생들은 문예상과 같이 실력 평가가 모호한 상을 독차지한다'라는 말들이 떠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생부 기재의 공정성 시비를 교사 탓만 할 수 없다. 일선 교사들은 수업에다 갖가지 행정 잡무가 많다. 그런 상황에서 30명이 넘는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고 학교생활을 면밀히 관찰해 공정하게 학생부에 기록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가능한 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제시해 주관적인 요소를 최소화하는 교육 당국의 제도적 보완 노력이 있어야 한다. 수시모집 전형에 피로감을 느낀 일부 학부모들은 아예 수능점수로 줄을 세워 대학에 가게 하자는 주장까지 한다. 여기에는 현재 중·고교 자녀를 둔 40, 50대 부모들이 역대 가장 입시가 단순했던 '학력고사(1982∼1993년 시행) 세대'란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학생부 종합전형 같은 다양한 대입전형이 '대학이 점수 하나로만 학생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반성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은 옛날이라지만 교육은 여전히 '희망의 사다리'가 돼야 한다.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 가능성이 완전히 막혀버린 사회에서는 계층 간 불신과 갈등이 커지게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대입전형이 있어야 한다. 단순히 성적에 따라 줄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3년간 학생의 잠재력과 창의적 사고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학생부 종합전형 비중을 늘리는 것이 시대적 흐름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수능점수로 당락을 결정하는 정시모집과 학교성적 중심으로 평가하는 학생부 교과전형 같은 전형도 필요하다. 다양한 비교과 활동을 못 할 형편인 학생들에게는 학교 공부만 열심히 해 대학에 가는 길이라도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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