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현경숙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이 국내 의대 처음으로 2014년에 절대평가를 도입하고 나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올라갔다고 한다. 학생들을 무한 경쟁시켜 13개 등급으로 나눠 평가하던 상대평가를 중단하고 '통과'(Pass)와 '비통과'(Non-Pass)로만 성적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학업 성취도가 내려갈 것으로 우려했으나 오히려 성취도는 올라갔다. 우수한 학생들을 지나치게 경쟁시키는 데서 벗어나 '환자 마음을 헤아리는 의사'를 키우기 위해 국내 최초로 도입한 연세대 의대의 실험이 성공한 것이다. 보통 의대생들에게 부족한 것으로 지적됐던 협동심도 절대평가 도입 후 상승했다고 한다.
몇 년 전 지인이 해외로 파견 근무를 가는 바람에 고등학생 아들이 외국 학교에 입학했다. 국내 학교에서 중간 정도였던 아들의 성적이 새 학교에서 얼마 안 가 상위권으로 올라 지인이 놀라자 아들은 "한국 학교는 상대평가를 하지만 이 학교는 절대평가를 해요"라고 답하더란다. 상대평가에서는 학생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몇 문제만 틀리면 등수가 뚝 떨어지지만, 절대평가에서는 열심히 하면 자신이 공부한 만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지인은 아들의 교사를 만나고 나서 더 놀랐다. 교사는 한국 학교들의 성적 평가를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학생이 성실하고 학업 성취도도 높은데 한국 학교들은 학생들에게 왜 이렇게 매우 나쁜 성적을 주는지 모르겠다"며 한국에서 전학 온 대개의 학생은 한국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받는다고 말했다. 지인은 그때 한국이 선진국 모임이라고 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유일하게 학교에서 상대평가를 하고, 많은 학생의 좌절이 상대평가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고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상대평가를 해왔으며,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중고교에 '성취평가제'라는 이름으로 절대평가가 도입됐으며, 성취평가제를 대학입시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 중이라고 한다. 절대평가에서는 교사들의 성적 평가가 중요한 만큼, 이 제도가 성공하려면 교사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 과거 절대평가를 도입하지 못했던 데는 이 제도를 실시하면 교사들이 학생들을 자의적으로 평가하고, 자녀들이 좋은 점수를 받게 하려고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거세지고 촌지가 난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학에서 절대평가를 도입했다가 폐지한 것은 한국에서 교육 문제가 얼마만큼 꼬여있고, 왜 난제 중의 난제인지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 문제는 교육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맞물려 있다는 것은 새삼 지적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유치원,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줄 세우기와 경쟁은 대학 졸업장 하나가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좌우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절대평가가 시작됐다고 하니 잘 정착되고, 대학입시에서도 제대로 반영되길 바란다. 줄 세우기는 좌절을 가져온다. 어린 학생들은 피어나기도 전에 패배를 맛보고, 입시에 실패했거나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지 못한 청년들은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낙오자가 된다.
1등을 할 수 없거나 남보다 잘살지 못하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상대평가의 좌절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학교뿐 아니라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절대평가가 이루어지길 바라면 무리일까. 누가 누구보다 잘하거나 못 한다가 아니라 자기 맡은 일은 틀림없이 해낸다는 식으로 말이다. 우리 속담에 올려다보지 말고 내려다보라는 말이 있다. 내려다볼 것도 없이 자신을 평가할 때는 자신만 바라보면 되는 것 아닌가. 인생은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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