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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신한 청춘과 국가의 미래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4월 11일(월) 19:18
↑↑ 김종현 연합통신 논설위원
ⓒ 경북연합일보
가슴을 짓누르는 숫자가 부쩍 늘었다. 주로 경제 관련 통계다. 경제성장률은 발표될 때마다 수치가 낮아지고 있다. 빈부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나랏빚이나 가계부채는 늘 사상 최대다. 젊은이들이 취업과 양육 환경 악화로 결혼도 출산도 하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답답한 통계는 12%를 넘어선 청년실업률이다. 체감실업률은 20%를 넘었다. 대학졸업이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 되는 현실이다. 공식적인 청년실업자 수는 56만 명, 취업준비생은 58만 명이다. 우리의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다는 뉴스는 고통스럽다.
 최근 서울시 공무원시험 접수 결과는 충격적이다. 일반행정 7급 시험 경쟁률은 288대 1이었다. 일반행정 9급은 128대 1이었다. 전체 지원자 가운데는 20대가 60%대로 많았지만 30대도 30%대였다. 30대 비중이 이렇게 높다는 것은 놀랍다. 이미 취업한 상태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 도전한 직장인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이른바 '공시족'인 시험 낭인일 것이다.
 한 지방대 졸업반 젊은이가 세종로 정부청사에 침입해 7급 국가공무원 시험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건은 상징적이다. 이 청년의 죄질은 나쁘지만 미래에 대한 청년들의 불안과 공포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공무원은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로망이 된 지 오래다. 일각에서는 꿈을 좇아야 할 젊은이들이 안전한 직장을 찾겠다고 공무원이나 공기업 시험에 몰리는 현상이 바람직하냐고 반문하지만 대학졸업자 3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으로 인생을 시작해야 하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다.
 청년실업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역대 정부는 지금까지 30여 건의 청년실업 대책을 쏟아냈지만 상황을 되돌리지 못했다.
 청년실업과 임금·빈부 격차를 파고든 어느 대학 교수는 기성세대와 대기업, 정부가 다 한통속으로 문제 해결의 의지가 없으니 젊은이들이 판을 뒤엎으라고 선동한다. 방법은 투표를 통한 혁명이다. 꿈과 희망 운운하는 행복 전도사들의 달콤한 말에 취하지 말고 싸워서 일자리와 정당한 임금을 얻으라고 부추긴다.
 하지만 20대, 30대가 투표로 들고일어선다 한들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정치인들을 믿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늘 그랬듯 일단 당선되고 나면 패거리 권력투쟁에 매몰될 게 뻔하다.
 젊은이들과 이해가 다른 50대 이상 노장층도 엄청난 벽이다. 이미 취업자 수에서 50대 이상은 965만5천 명으로 20∼30대보다 30만 명 가까이 많다. 일자리의 전체 파이가 커지지 않는 상태에서 청년 일자리를 늘리면 노장층의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청년실업도 심각하지만 50대 이상은 노후대책이 절박하다. 젊은층은 취업 준비나 직업교육, 출산환경 개선에 예산을 많이 할애하길 바라겠지만 노장층은 젊은 시절 고생하며 나라를 일궜는데 노후 복지가 너무 허술하다고 불만을 토한다. 정치는 이미 노장 편이다. 총선 공약을 보면 노인들에겐 현찰을 약속했지만 젊은층엔 말의 성찬뿐이다.
 분배 정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시나리오지만 고용을 포함한 분배 전반을 둘러싼 세대·계층 전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고령화, 저성장, 로봇과 IT의 일자리 대체가 일상화한 상황에서 사회경제적 마찰은 갈수록 가중될 것이다. 이 건 국가의 명운이 걸린 사안으로 기성세대나 가진자, 대기업이 양보하지 않고는 해결할 길이 없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양적완화네 경제민주화네 목청을 높이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어림없다. 섣부른 양적완화는 부동산과 주식 거품을 초래해 빈부 격차만 키울 가능성이 있다. 경제민주화는 구호는 그럴듯하지만 그 많은 돈을 어디서 조달하겠다는 건가. 훨씬 시야가 넓고 본질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적어도 30년, 50년 앞을 내다보고 제2의 건국에 나서야 한다. 정치, 경제·산업 시스템, 교육, 조세와 복지, 국민의식 등 국가 전반을 혁신해야 한다. 지금 이 문제와 정면 대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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