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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 단칸방 '10남매 가족'의 행복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4월 10일(일)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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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최재석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첫눈 오는 날이 공휴일인 나라',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 바로 히말라야 고산 준봉에 둘러싸인 작은 국가 부탄 얘기다. 뜬금없이 부탄 나라 얘기를 꺼낸 것은 광주(光州)의 '10남매 가족'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다. 10남매를 낳아 어렵게 키우는 40대 부부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는 첫 소식을 접하고 '교육적 방임'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 가족의 사연은 들으면 들을수록 그들을 의심했던 내가 부끄러워지고 오히려 마음이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를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치들을 일깨워준다. 지금까지 이 가족을 조사하거나 지원한 경찰과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해 전해진 사연은 대강 이렇다. 물론 이 가족에게 직접 들은 내용이 아니라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A(44) 씨 부부는 20대 후반에 충북 청주에서 수천만 원의 사채를 빌려 음식점을 하다 실패했다. 빚은 이자를 합쳐 눈덩이처럼 불었다. A 씨 가족은 사채업자를 피해 전국을 떠돌아다니다 2006년께 부부 중 한 명의 연고가 있는 광주에 정착했다. 이자까지 합쳐 8천만 원 가까이 불어난 빚을 친인척의 돈까지 끌어모아 겨우 갚은 뒤였다. A 씨 부부는 빚에 쪼들려 한동안 한 곳에 정착하기 힘들 정도로 생활형편이 어려웠지만 1990년생인 첫째를 시작으로 2009년생 막내까지 1∼3살 터울로 5남 5녀를 낳아 길렀다. 부부는 경찰 조사에서는 "어린 시절 외롭게 자라 아이를 많이 낳고 싶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10명의 자녀 중 큰딸(26)과 현재 초등학생인 막내 2명을 제외한 둘째(24)부터 여덟째(12)까지 7남매는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 대신 중학교를 도중에 그만두고 검정고시에 합격한 큰딸이 동생을 가르쳤다. 이런 식으로 동생들은 오빠, 언니, 형, 누나에게서 한글과 셈법을 배웠다. 옛날에는 A씨 가족처럼 가정 형편 때문에 맏이만 정식교육을 받고 동생들은 대신 오빠나 언니들한테 배웠던 집들이 적잖았다. 그 사이 성년이 된 큰딸은 기술을 배워 독립했고, '홈 스쿨링'을 한 둘째와 셋째도 맏이의 길을 따라 다른 도시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이들은 가족에게 꼬박꼬박 생활비를 부치고 있다고 한다. 남은 7남매와 부부는 미닫이문으로 부엌과 나뉘는 5평 남짓한 단칸방에서 지낸다. 밤이 되면 부부가 막내를 품고 부엌에서 잤고, 스무 살 넷째가 남은 동생들을 데리고 방에서 잔다고 한다. 그동안 가계 수입은 몸이 아픈 남편을 대신해 아내가 혼자 벌어오는 일당 8만 원과 기초생활수급비 월 98만 원이 전부였다. 부부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 것을 늘 미안해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가족 사랑은 남달랐다.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과 형제자매의 우애 속에 자랐다. 이들 가족 사연이 알려진 후 그간 학교에 다니지 않은 아이들을 면담한 학교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학습능력에 문제가 없고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으며 특히 인성교육이 잘된 것 같다고 전했다. 예의가 발랐고 한마디로 버릇없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A 씨 가족의 사정을 살펴본 구청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들은 풍요롭지는 않아도 부족하다고 느끼지는 않은 것 같았다고 한다. 그래서 행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A 씨 가족 이야기를 처음 보도한 연합뉴스 기자는 "이들 가족을 쭉 취재하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부탄 생각이 났다"면서 "여러 가지로 형편이 어려웠지만, 가족 간에 사랑이 있었던 전통적인 우리 가정의 모습을 보는듯했다"고 말했다. 10남매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된 후 각계에서 도움이 손길이 오자 아버지 A 씨는 생활고 해결을 위한 후원금이나 생필품 지원은 원하지 않고 미취학 자녀 교육과 기초생활수급만 받아들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주위에서 관심을 그만 가져달라고 거듭 말했다고 한다. 이 가족의 사연은 부부가 지난 2월 동 주민센터에 자녀의 교육급여 지원을 신청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외부와 단절한 채 가족끼리 사랑으로 어려움을 견뎌낸 이들이 비로소 세상에 손을 내민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답할 때다. 10남매 중 일곱째와 여덟째는 관계기관의 도움으로 이달 5일 처음으로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 갔다. 부모가 아이에게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국가가 나서서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주고, 나머지 부족한 것은 이웃들이 메워줘야 한다. 그것이 바로 건강한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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