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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 그 잔인한 추억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4월 06일(수)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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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김종현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남쪽에서 시작된 꽃의 파도가 들과 산을 뒤덮고 있다. 사연 많은 세상사에 아랑곳없이 화사한 봄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정치판은 4.13 총선을 향한 열기로 뜨겁다. 400여년 전 어느 임진년, 조선의 4월은 잔인했다. 1592년 4월 13일(음력) 새벽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이끄는 일본군 선발대 1만8천여 명을 태운 700여 척의 배가 새까맣게 부산포로 들이닥쳤다. 조선의 봄을 통째 앗아간 7년 왜란의 서막이었다. 부산진에서 첨사 정발이, 동래성에서 부사 송상현이 목숨을 바쳐 싸웠으나 우박처럼 쏟아지는 조총을 화살과 창으로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조선의 심장 한양은 개전 20일 만에 일본 육군의 말발굽에 짓밟혔다. 일본군은 하루 20㎞씩 전진했다. 장애물이 없는 통상적인 육군의 행군 속도였다. 임금은 여차하면 나라를 버릴 수 있는 의주까지 피난했다. 일본의 지배자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면서 끝난 전란 기간 조선의 인구는 약 300여만 명이 줄었다. 일본군의 침입 소식을 4일 만에 접한 선조는 신립에게 왜적을 저지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8천 명의 관군을 거느린 신립은 기병전을 염두에 두고 사방이 트인 남한강변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으나 일본군의 압도적 전력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병력과 보급은 물론 상대에 대한 정보와 전략·전술에서 조선 육군은 속수무책이었다. 믿었던 신립의 군대가 궤멸하자 "종묘와 사직을 버리고 내 어찌 한양을 떠날 수 있겠느냐"고 했던 선조는 북쪽으로 야반도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순신이 이끄는 수군은 빛났다. 옥포해전에서 마지막 노량해전까지 23차례의 싸움을 모두 대승으로 이끌었다. 그는 준비된 장군이었다. 왜란 1년 전부터 전쟁에 대비해 거의 완벽한 상태에서 적을 맞았다. 그는 적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철저하게 수집해 작전을 세웠다. 상대에게 기회를 주지 않고 자신이 적과 맞설 때와 장소를 선택했다. 지형과 바람, 조류를 적절하게 이용했다. 이순신이 이끈 조선 수군은 장비와 병력의 질, 군기 등에서 일본군을 능가했다. 일방적 불리 속에서 싸운 것은 백의종군에서 삼도수군통제사에 복귀해 12척의 함선으로 300여 척의 적선을 상대해야 했던 명량해전이 유일하다. 이순신은 상대에게 끌려가는 싸움은 결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전투를 결정하면 필승의 작전으로 임했고, 모든 전력을 쏟아부었다. 200년 평화로 타성에 빠진 조선 조정은 정쟁으로 세월을 보내며 부국강병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무(武)를 경시하고 홀대했다. 당시 조선의 지도층은 일본의 침략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으나 애써 외면했다. 이를 실제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대비한 사람은 이순신밖에 없었다. 임진왜란은 평화란 지킬 힘이 있어야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운다. 6·25 이후 대한민국은 가난과 폐허를 딛고 일어서 70년의 평화를 구가하고 있다. 여기엔 땀과 피가 배어있다. 하지만 평화의 내구력은 강하지 않다. 안팎 충격으로 순식간에 깨질 수 있다. 시대가 부여한 과제를 소홀히 하면 평화는 먼지처럼 흩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군 지휘부, 경제 지도층은 늘 시대의 도전에 응전할 실력과 자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순신은 원균이 칠천량 전투에서 거덜낸 수군 패잔병을 수습해 적의 대군이 기다리는 명량으로 나아가면서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 신이 죽지 않는 한 적은 우리를 감히 업신여기지 못할 것입니다"라고 썼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절망의 바다에서 나라를 건져 올리겠다는 기개가 경이롭다. 이 도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기적처럼 조선을 구해냈다. 오늘 대한민국에서 리더들은 미덥지가 않다. 정치 지도자들은 소아적 권력투쟁에 빠져 엄혹한 현실과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수많은 군 비리의 뒤에는 애국심은커녕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린 타락한 별들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경제계는 탐욕에 매몰돼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이 희박하다. 백성들은 어디에 마음을 둬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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