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문무학 문학박사 | | ⓒ 경북연합일보 | |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있다. 노란 개나리를 비롯하여 하얀 목련과 벚꽃 그리고 붉은 진달래, 도시를 벗어나 산과 들을 바라보면 그야말로 생명이 움트고, 싹트고 꽃 피는 소리들로 왁자지껄하다. 4.13 총선으로 도시의 거리들은 희고, 붉고, 푸른 옷들을 입고 국민을 잘 살게 하겠다고 하는 소리들로 시끌벅적하다. 자연에서 드러나는 색과 사람들이 사는 곳의 색깔이 같은 색이라도 참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자연이 때맞춰 피워내는 꽃의 색깔에서는 나도 모르게 놀람과 경이의 탄성이 튀어 나온다. 그렇지만 사람이 만들어 입은 선거 복장의 색깔에서는, 정치에 대한 실망 때문인가. 무엇이라고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짜증만 묻어나온다. 아무리 정치가 싫다고 해도 누군가는 정치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반가워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니, 내가 잘못된 것이리니 생각하고 싶다.
대한민국의 거리마다 정당이 선택한 색상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저 색깔들은 무엇을 상징하고 있을까. 상징이 있기나 한가. 미국에 팬톤이라는 회사가 있다. 1963년 로렌스 허버트가 창립한 색채연구소이자 색상회사다. 생소한 것 같지만 수많은 색에 고유번호를 붙여 만든 '팬톤 컬러매칭시스템'으로 유명하다. 각종 시각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디지털 기술, 건축 패션, 도로 등 산업 전반에서 표준 색채언로서 사용되고 있다.
이 팬톤이 2016년의 색으로 분홍색(로즈쿼츠·13-150-TCX)과 하늘색(세레니티·14-3919-TCX)이 섞인 조합을 발표했다. 2000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올해의 색으로 두 가지 색상이 선택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그 이유를 "패션, 디자인 등 세계의 여러 분야에서 성의 구별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이 경향은 색채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성 평등, 성다양성 등 사회적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테러나 경제 위기를 직면한 불확실의 시대를 고려한 면도 있다고 한다. 분홍색은 따뜻하게 감싸안고, 하늘색은 안정적이며 침착한 느낌을 갖고 있다.
따뜻함과 침착함의 두 가지 색상을 융합한 것은 불안과 피로에 지친 사람들에게 공감과 휴식을 주고 갈등을 봉합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팬톤이 2016년 올해의 색을 선정하며 고려한 모든 사항은 매우 새롭고 의미 있다. 새롭다고 하는 것은 지금까지 계속 한 가지 색을 선정하다가 올해는 두 가지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관례를 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의미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참으로 많은 갈등들을 겪고 있는데, 그 갈등을 봉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니, 색으로 인류 문제 해결을 꿈꾸고 있다니 놀랍기도 하다.
팬톤이라는 색상 회사 하나가 인류의 삶을 걱정하며 해마다 색을 선정하고 그 색에 시대 흐름을 담아내니까 믿음이 간다. 그런데 정치한다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에서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색상은 좀체 신뢰가 가지 않으니 이 일을 어쩌면 좋은가. 감동이 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 지금 대한민국 정당들이 내세운 모든 색깔들을 다 혼합하면 어떤 색깔이 될까? 밝고 아름다운 색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국민들은 사는 일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숱한 갈등이 봉합되는 색이 창조되어야 하는데…. 국민이 원하는 색깔은 원색 옷을 입은 후보자들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아무래도 힘들게 사는 유권자들이 투표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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