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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와 '정치인'그리고 '명예'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4월 05일(화)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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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이병로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판단은 필로스인(人)과 같고, 천재는 소크라테스와 같고, 예술은 마로와 같은 사람. 대지는 그를 덮고, 사람들은 통곡하고, 올림푸스는 그를 소유한다"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가 묻힌 성 트리니티 교회에 있는 셰익스피어 흉상 아래에는 이런 글귀가 라틴어로 새겨져 있다. 셰익스피어와 비유한 인물 셋은 그 못지않게 유명하다. 필로스 사람은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의 주인공 중 한 사람인 네스토르를 지칭한다. 네스토르는 아가멤논을 총사령관으로 하는 그리스의 트로이 원정군에 합류한 필로스의 왕이다. 그는 육십이 넘은 노인이었지만 뛰어난 판단력과 온화한 리더십으로 병사들의 존경을 받는 것으로 그려진다. 호메로스에서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가 포로 여인을 놓고 다툴 때 이를 중재하려 애쓰는 장면이 나온다. 소크라테스는 설명이 필요 없는 그리스 철학자이고, 마로는 로마의 건국 서사시 '아이네이아스'를 집필한 시인 베르길리우스 마로를 말한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사람들의 위대함이 모두 녹아 있는 거인이라는 자부심이 흉상의 글귀다. '인도(印度)와도 바꾸지 않겠다'는 정도로 영국인이 자랑하는 셰익스피어가 서거한 지 400주년이 되는 시점이 올해다. 그가 세상을 등진 날짜는 4월 23일로 기록돼 있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셰익스피어는 비극은 물론 희극까지 망라하면서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으로 시대를 초월하는 인물상을 만들어 냈다. 그것은 끝없는 모순의 복합체인 인간에 대한 탐구였다.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대사는 그런 함축적, 상징적 표현이다. 셰익스피어는 언어의 마술사였다. 그의 희곡에서야 처음으로 등장하는 영어 단어는 무려 2천 개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이 단어 중 상당수를 셰익스피어가 찾아낸 새로운 단어라고 본다. 예를 들면 십자군 원정 때 아랍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assassination(암살)'이라는 단어는 맥베스의 말을 통해 영어에서 처음 모습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뿐이 아니라 그는 일상적인 단어를 끌어다가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는 데 천재적인 재능을 발휘했다. 때로는 미치광이의 입을 통해, 때로는 말장난을 통해서 언어를 창조했다. 정치인을 뜻하는 '폴리티션(politician)'은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단어는 아니지만, 그 시대에 영어에 처음 등장한 단어였다. '정치적인, 신중한'이라는 뜻의 형용사 'politic'에서 만들어졌다. 기록을 보면 폴리티션이라는 단어는 시작부터 이중의 의미를 가졌다. '행정에 능한 사람'이라는 뜻과 '모사꾼'이라는 뜻이 섞여서 쓰인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이중 모욕적인 의미를 가져왔다. 4대 비극의 주인공 리어왕은 정치인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지칭했고, 햄릿도 혐오를 담아 이 단어를 쓴다. 아마도 이런 조롱은 정치인이라는 직업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었나 보다. 최근 총선 정국을 맞아 주요 정당이 공천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낙천과 불복, 반발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공천 탈락에 항의해 탈당하고 독자 출마로 방향을 잡는 명분은 각양각색이지만 아마도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명예'가 아닐까 싶다. 정치는 명분이라면, 정치인에게 명예는 가장 소중한 가치이고 영광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정치인의 명예는 자기 의지로 지켜지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셰익스피어는 이런 말을 했다. "명예라는 건 공로가 없어도 때로는 수중에 들어오지만, 죄를 짓지 않아도 없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명예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는 다른 곳에서 명예의 소중함도 말했다. "명예는 영혼 다음가는 보배다. 지갑을 훔치는 것은 쓰레기를 가져가는 일이다" 목숨과 같은 영혼을 제외한다면 명예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는 선언이다. 그렇지만 그는 '명예(영광)는 물 위의 파문과 같아서, 멈출 때까지 퍼져가지만 결국은 무로 끝난다'는 대사를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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