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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장장이는 담금질을 잘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4월 03일(일)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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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 김종현
연합통신 논설위원 | | ⓒ 경북연합일보 | | 여의도 정치 극장에서 벌어진 공천 활극은 리얼했다. 대역 없이 직접 나선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은 연기도 압권이었다. 하지만 감동이 없었다. 대의명분 없는 밥그릇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액션물을 매일 봐야 하는 국민은 지겹다. 삼류 정치쇼에 정나미가 떨어진 유권자들은 총선 투표장에 갈 마음이 싹 가셨다며 차갑게 돌아섰다. 찍어봤자 그 나물에 그 밥일 것이라는 무력감에 탄식한다. 그래도 표를 팽개칠 수는 없다. 답답하지만 평범한 보통사람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투표로 힘을 쓰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다. 작은 힘이 모여 큰 흐름을 만들고 결국 역사를 그려가는 것이다. 지위나 재산에 따라 유권자의 영향력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겠으나 전자개표기에 들어가는 표의 무게는 동일하다. 시골 농부도, 재벌 총수도, 대통령도 한 표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불행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행복한 사람은 행복을 더 키우기 위해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 우국(憂國)의 백성은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해 투표해야 할 것이다. 표가 모이면 정부의 예산 씀씀이에, 일자리 여건 개선에, 동네 환경 정화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법을 만들고 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이고 그들이 모인 곳이 국회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가 강해지려면 선거라는 주기적인 담금질이 필요하다. 대장장이가 좋은 연장을 내놓으려면 연철과 강철을 적당히 섞어 녹이고, 펴고, 접고, 담금질하는 작업을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그 과정을 통해 쉽게 부러지지 않는 호미나 칼이 만들어진다. 민주주의 역시 선거를 통해 단련을 받아야 힘과 생명을 얻을 수 있다. 민주주의의 대장장이는 바로 주권을 가진 국민이다. 그리스 민주주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페리클레스는 2천500년 전 "아테네에서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은 쓸모 없는 자"라고 했다. 민회를 통해 모든 것을 결정했던 그리스와 우리의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참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좋은 민주주의는 힘없는 개인들도 뜻을 모으면 큰일을 낼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왕도 싫고, 사대부의 나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니 스스로 주인이 되어 일꾼들을 뽑자는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 그렇다고 투표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거나, 최선을 택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 생각이 다른 사람이 있을 수 있고, 다수결의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다수의 결정이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선거는 정의나 최선이 아닌 최악을 피하려는 노력인지도 모른다. 선거의 결과가 잘못되었을 때 그 피해는 유권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 그래서 한 표의 책임이 무겁다. 민주주의는 귀찮은 것이다. 화창한 봄날 진달래 복숭아꽃 피는 산으로 들로 향하는 마음을 다독여 투표장에 가야 한다. 마음에 드는 정당이나 후보도 없는데 꼭 찍을 필요가 있겠느냐는 회의가 들기도 한다. 그러나 무관심이 모이면 민주주의는 모래성이 된다. 대한민국에서 총선은 1948년 5월 10일 제헌 의원 선거가 실시된 이후 이번이 스무 번째다. 70년 가까운 세월의 고비에서 선거는 역사에 새로운 변혁을 몰고 왔다. 때로는 절벽에 막혀 역류하기도 하고, 흐름이 지체된 적도 있었지만, 우리의 민주주의가 투표를 통해 도도하게 큰 강으로 흘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싫든 좋든 우리는 정치 환경을 떠나서 살기 어렵다. 우리의 생각이나 의지와 관계없이 정치는 공동체의 오늘과 내일을 규정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주인이 집안을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벌레들이 들끓고 잡초가 무성해진다.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정치인들에게 각인시키려면 투표장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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