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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호승과 경주의 각별한 인연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31일(목) 16:10
↑↑ 강병찬 문화부 차장
ⓒ 경북연합일보
시인 정호승이 그저께 경주에 왔다. 봄길 따라 찾아온 그는 봄볕의 따스함과 봄바람의 아늑함을 함께 데리고 왔다. 그를 보기 위해 경주예술의전당 소공연장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한 움큼 봄꽃을 던졌다. 봄꽃 같은 사랑을 던졌다.
 정호승 시인과 경주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그의 시가 처음 시인의 시로 된 것이 '첨성대'다. 경남 하동 출신으로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경주를 여행했다. 그날 그는 토함산에 올랐고 그날 밤 별을 따라 산을 내려와 첨성대를 보았다. 오는 길에 만났던 경주의 노부부를 통해 진정으로 첨성대를 바라보았다.
 "할머님 눈물로 첨성대가 되었다 / 일평생 꺼내보던 손거울 깨뜨리고 / 소나기 오듯 흘리신 할머니 눈물로 / 밤이면 나는 홀로 첨성대가 되었다(첨성대 서두)"
 경주를 떠나 정호승은 다시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 그는 예수를 만났다. 그는 사람의 아들로 태어난 청년 예수의 눈물을 보았다. 그 눈물은 곧 자신의 눈물이 되었다. 교회에서 쏟아지는 각색된 말들이 아닌 인간 예수의 리얼한 음성에 그는 귀를 기울였다. 가시관을 쓰고 손목을 관통한 못질에 절규하는 예수의 비명을 들었다. 예수의 비명은 곧 시가 되었다.
 "예수가 낚싯대를 드리우고 한강에 앉아있다 / 강변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예수가 젖은 옷을 말리고 있다 / 들풀들이 날마다 인간의 칼에 찔려 쓰러지고 / 풀의 꽃과 같은 인간의 꽃 한 송이 피었다 지는데 / 인간이 아름다워지는 것을 보기 위하여 / 예수가 겨울비에 젖으며 / 서대문 구치소 담벼락에 기대어 울고 있다(서울의 예수 1연)"
 정호승은 잠 못 드는 밤이 많았다. 자유와 평등과 사랑과 평화를 시로 엮고 싶었으나 사슬과 질곡과 미움과 전쟁이 밤새 그를 지배했다. 어느새 새벽이 왔다. 곧 동녘이 밝아온다. 서울의 골목마다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이들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나는 시인이다. 시인은 그리움의 시를 띄워야할 숙명을 타고 났다'고 그는 깨달았다.
 "죽음보다 괴로운 것은 그리움 이었다 / 사랑도 운명이라고 용기도 운명이라고 / 홀로 남아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 오늘도 내 가엾은 발자국 소리는 네 창가에 머물다 돌아가고 / 별들도 강물 위에 몸을 던졌다(새벽편지 전문)"
 정호승은 임진강으로 향했다. 세상에서 가장 애절한 곳을 찾아갔다. 기쁨이 슬픔에게 주는 메시지는 공허하지만, 슬픔이 기쁨에게 던지는 화두는 너무나 선명하다.
 그는 걸어서 상류로 올라갔다. 수풀이 제법 무성해 보이는 샛강이 보였다. '아! 바로 여기일거야' 그는 시인의 감수성과 직감으로 알아챘다. 그 샛강 가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곳임이 틀림없다.
 "아들아 / 천지에 우박이라도 내렸으면 / 오늘도 나는 네가 그리워 / 너를 보낸 샛강가에 홀로 나와 / 내 넋을 놓고 앉아 사무치나니 / 아무도 너를 미워할 수 없고 / 아무도 너를 묶을 수 없고 / 아무도 너를 죽일 수 없었으나 / 바람은 또다시 재를 날리고 / 강가의 나무들도 잎새가 진다 / 강물은 말없이 저 혼자 흘러 / 어느새 지는 짧은 겨울해 / 빈들을 스치는 바람소리처럼 / 붉은새 한마리 날아와 우는 / 무거운 이 땅 하늘을 뚫고 / 아들아 / 천지에 우박이라도 내렸으면(샛강 가에서 전문)"
 서울대를 다녔던 아들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이 아버지에게 들렸다. 아들이 왜 죽었는지, 왜 죽임을 당했는지, 왜 죽어야만 했는지 아버지는 몰랐다. 한줌 재로 변한 아들을 가슴에 품은 아버지는 임진강으로 갔다. 아무런 표시도 없는 샛강 가에서 아버지는 아들을 떠나보냈다. 아버지는 아들을 임진강으로 유구히 흘려보냈다. 아버지는 '흘러간 강물을 서울 사람들이 마시리라. 그들 속에 아들이 되살아나리라' 생각했다.
 강물처럼 세월이 흘렀다. 이제 백발의 온화한 얼굴이 된 정호승은 다시 경주에 와 '자연과 나와 인간'에 대해 말을 했다.
 프랑스 빈민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가 말한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마음의 풍경(風磬)과 설해목(雪害木)과 헨리 나우웬의 '탕자의 귀향'을 들어 인생과 사랑과 용서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야기 중간 중간 마다 그의 시는 노래가 되어 흘렀다. 경주예술의전당 소극장의 완벽한 음향은 청중들의 귓전을 때려 몰입감을 고조시켰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인생이다"고 마무리 말을 했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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