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대왕신종을 본떠 만드는 신라대종 종각설치 장소가 마침내 경주시 노동동 옛 시청사 터로 결정됐다. 신라대종 제작은 2010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최양식 시장의 공약사업이다. 2011년 이 사업을 확정한 이후 수많은 논란을 거듭했다. 복제종 제작에 대한 숱한 반대는 아랑곳 않고 1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종 제작을 강행했으며, 추가로 15억 원을 투입해 종각 설치 사업도 밀어 붙였다. 경주시는 종각 건립 장소 조차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범종 제작을 의뢰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고, 범종의 명칭도 에밀레종, 통일대종 등으로 혼선을 거듭했다.
종각설치장소를 두고도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계획했던 종각설치 장소는 봉황대 인근이었지만, 경주시는 지난 2012년 두 번에 걸쳐 문화재청으로부터 현상변경 승인을 받지 못함으로써 빈곤한 행정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결국은 문화재청의 현상변경 승인이 필요하지 않는 옛 시청사 터로 최종 결정한 것이다. 도대체 종각설치장소의 원칙이 무엇인지 종잡을 수 없는 행정이었다. 경주시 행정에 대응한 시의회의 태도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시의회는 2014년 12월, 2015년 10월 경주시가 옛 시청사 터에 종각을 설치하는 계획을 담은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제출하자 2014년에는 부결, 2015년에는 심사보류 결정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었지만, 도심에서 관광객들이 대종을 타종할 경우 주민들에게 소음피해를 줄것이 우려 된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해 10월 심사보류로 결정한지 5개월 만에 이를 번복하고 승인해 버렸다. 시의회 의결권을 스스로 무력화 한 것은 물론 시의회의 존재감을 스스로 축소시켰다는 비판을 자초한 것이다. 경주시가 여러 논란에 아랑곳 않고 이 사업을 밀어붙인 가장 큰 이유는 관광객들의 도심 진입 유도를 통한 경제 활성화였다. 경주시는 이제부터 당초 의도했던 목적을 달성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하지 않고 관광객 및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연말 제야의 종 타종행사를 도심에서 하고 싶었던 것이 이 사업을 추진한 진짜 속내가 아니냐는 따가운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명심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