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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을 수 없는 소색(素色)의 발원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16일(수) 15:14
↑↑ 김영호 교육학박사
ⓒ 경북연합일보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위해 매달 일정금액을 공동 저축한 돈으로 비교적 근접한 북해도 문화연수에 참여하게 되었다. 각자 일상생활이 분망하여 한가한 시간을 공유하기가 어려워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날씨 좋을 때는 놓치고 찬바람이 야속한 2월 말일 경에 4박 5일 일정으로 삿포로로 떠나게 되었던 것이다.
 인천 공항에서 이륙한 여객기는 약 2시간 30여분을 비행 끝에 아사히가와 공항에 도착 하였다. 내린 눈이 녹지 않아 산야가 백색의 설원을 이루고 있다. 김삿갓 시구처럼 '월백산백천지백(月白山白天地白)'이다. 달도 희고 산도 희고 온천지가 놀라운 흰빛이다. 영하의 날씨지만 바람이 불지 않아서 체감되는 기온은 마치 영상처럼 느껴졌다. 

 천지에 가득한 눈을 대하니 군사분계선 아래에서 군복무를 할 때 겨울철에 눈이 많이 내려 제설작업을 하던 기억이 새로웠다. 가을철에 월동준비를 위해 제설용 싸리비를 만들었는데 이곳은 해마다 과량의 눈이 오기 때문에 빗자루로는 감당할 수 없어서 집집마다 제설차를 준비해 두고 제설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눈이 내리면 체인을 감아서 운행 하던지 아니면 스노우 타이어로 바꾸어서 운행을 하는데 이곳 차량들은 무체인 타이어로 눈길을 자유롭게 다니고 있었다.
 전용버스를 타고 비애이로 이동하는 동안 눈부신 설경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경치가 아니었다. 교외의 한적한 곳에 위치한 아사히다케 만세각 호텔에 체크인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에 온천욕을 하였다. 

 이튿날은 해발 1100미터에서 1600미터를 잇는 아사히다케 로프웨이를 왕복 탑승했다. 산에 즐비한 나무들이 그사이 내린 눈으로 가지마다 두꺼운 무게를 견디며 매우 아름다운 설경을 보여주었다. 케이블카 창에 내다보이는 관경은 그 자체가 신비의 화폭이고 일구난설의 묘경이다.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설산을 마치 희롱이라도 하는 듯 미끄러지며 내려오는 데 그 쾌감은 직감할 수 없으나 보는 느낌은 대리욕구 충족에 충분하였다.
 '오토코마야 주조자료관'은 340년이라는 오랜 역사를 지닌 중세 유럽의 성분위기를 담은 눈미술관이었다. 울진 석류 굴의 종유석처럼 묘하게 자연 조각된 고드름 식 얼음덩이가 마치 바다 속의 수족관을 보는 듯 놀라웠다. 바람 때문에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도야호수 유람선을 타지 못하고 관광코스를 바꾼 땜질 코스가 불만스러웠으나 일기 때문이니 어찌 할 수 없었다. 

 석식에 고가의 대게가 무한 제공되었으나 그 맛은 별로였다. 특히 아카랭가라는 애칭을 갖는 북해도구청사관은 지난 자취를 재생해 주었다. 일제 강점기 때 우리 선조께서 사할린 탄광 속에서 강제 노동에 고생을 감내하며 존귀한 생명을 일본의 발전에 소모했던 자취가 너무나 억울한 일이다. 사할린 탄광으로 가기 위해 북해도의 가혹한 냉한을 견디며 걸어야 했던 고통을 어찌 짐작이라도 맞게 할 수 있을까 만은 그 처참한 모습을 담은 사진을 그냥 목도할 수는 없었다.
 일본이 사할린을 개발하면서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일본인 노동자가 기피하자 일제는 국가총동원법을 제정하여 모집, 관의 알선, 강제징용의 형태로 한인들을 물리적인 힘으로 마구 끌어드렸다는 것이다. 

 그 후 일본이 패전하면서 사할린은 소련영토로 귀속되었다. 한인들은 사할린의 탄광에서 고생하다가 해방을 맞았으나 귀국하지 못하고 살게 된 애환의 역사가 일화로 덮어 두기에는 너무나 안타깝고 야속하다. 설야에 묻어둔 선인들의 한이 녹을 수 없는 동토의 빛이 되어 통곡하는 듯 설경을 어찌 아름답다고만 할 것인가.
 삿포로의 북단 멀리 사할린을 향해 한인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녹을 수 없는 소색의 발원이 되었으면 한다.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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