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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지지(伐知旨)와 장사(長沙)
경북연합일보 기자 / 입력 : 2016년 03월 16일(수) 11:19
망덕사지 앞의 들판을 벌지지(伐知旨) 즉 '양지버들'이라 하며 그 일대의 모래사장을 장사(長沙)라고 한다.
 벌지지와 장사의 명칭은 충신 박제상과 그의 부인의 애틋한 일화에서 연유한다.
 눌지왕 때의 충신인 박제상(朴堤上)은 고구려에 가서 인질로 가 있던 왕의 동생 복호(卜好)를 갖은 난관 끝에 구해서 돌아왔다. 눌지왕은 아우 복호를 만나 매우 기뻤으나, 한편으로 왜국에 있는 다른 아우인 미사흔(未斯欣)을 보고 싶은 심정은 더욱 간절해 졌다.
 박제상은 미사흔을 되찾아 데려오는 일은 목숨을 건 일이며,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임을 알고 곧 왜국으로 떠날 것을 결심하였다.
 그는 집에 들르지도 않고 눌지왕께 하직 인사를 하고 바로 왜국으로 출발하였다. 영원히 돌아오지 못할 길일 지도 몰랐다.
 이 소식을 들은 박제상의 부인은 길에서라도 생전에 남편의 얼굴이라도 보려고 달려 나왔다. 그러나 남편은 이미 떠난 뒤였다.
 부인은 뒤따르다 지쳐 문천(蚊川)의 모래 위에 엎드려 소리 내어 울었다. 이 곳의 긴 모래사장을 후세 사람이 장사(長沙)라고 불렀다.
 부인은 울다가 몸을 일으켰다. 율포(울산시 울주군 강동면 또는 경주시 양남면 진리)까지 뒤쫓아서라도 한 번 남편의 모습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이것이 영원한 이별이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러나 절망감에 지쳐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후일 이곳을 벌지지라 부르게 되었는데, '뻗치다'의 음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 한다. 벌지지의 들판을 '양지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두 다리를 뻗음'의 뜻이라 한다.
 현재의 문천은 높은 제방이 있어서 옛 장사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모래사장을 볼 수 없다. 그러나 이곳에 서면, 박제상의 충절과 그 부인의 높은 정절을 되새기게 된다. 이러한 충절과 정절이 화랑정신의 모태일 것이다.
 박제상의 시대는 화랑도가 제도화되기 전이었으나 신라에는 독자적인 정신세계가 있었다. 그것은 목숨을 바쳐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높은 수준의 정신세계였다.
 "나는 죽어서 신라의 개나 돼지가 될지언 정 왜국의 신하가 되고 싶지 않다."
 발바닥의 껍질을 벗기고 새 잎 위를 걷게 해도, 벌겋게 달군 쇠덩이 위에 세워져도 박제상은 당당하였던 것이다.
 <모화초등학교 경사리>
경북연합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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